‘4·3평화재단 이사장, 도지사 직접 임명 추진' 갈등 표면화

고희범 전 이사장 2일 제주도청 기자실서 도 주장 반박
“도의회 중재안까지 무시하면서 조례 강행 태도 폭력적”
“도지사가 이사장·이사 임명이 책임경영 무슨 관련 있나”

[제주=뉴시스] 이정민 기자 = 고희범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도가 재단 이사장 임명권을 도지사가 갖도록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데 대해 비판하고 있다. 2023.11.02. 73jmlee@newsis.com

[제주=뉴시스] 이정민 기자 = 제주도지사가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직접 임명하려는 시도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고희범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도의 ‘제주4·3평화재단 관련 조례 개정 강행과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고희범 전 이사장은 도의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 추진에 반발하며 임기를 2개월 여 앞둔 지난 달 31일 사퇴했다.

고 전 이사장은 이날 기자실에서 도가 관련 조례를 개정 추진하며 내세운 사유와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 전 이사장은 우선 도가 내놓은 ‘책임경영 강화 주장’에 대해 “상임 이사장이 아니어서 마치 책임경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도감사위원회 감사, 공기업 경영평가 등에 충실히 임해왔고 지적사항은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왔다”며 “이사장이 비상임이어서 책임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헌신적으로, 무보수로 일해 온 역대 이사장의 노고를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사장과 이사를 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이 책임경영 강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전 이사장은 도의 ‘이사회 선임 및 구성의 투명성 강화 주장’에 대해서는 “도감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뤄지는 현행 선임 절차에 투명성이 의심되는 대목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특히 현재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4·3유족회장, 4·3연구소장, 제주경우회장, 전 진실과화해위원회 위원, 4·3실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론하며 “적법 절차로 선임된 이들이 유족과 도민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4·3의 정의로운 해결에 어떤 결격사유가 있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제주=뉴시스] 이정민 기자 = 고희범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4·3평화재단 관련 조례 개정 강행과 관련한 입장’ 발표에 앞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11.02. 73jmlee@newsis.com

이와 함께 도의 ‘출자출연기관 관련 법 적용 주장’에 대해서는 최초 행정안전부 산하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4·3평화재단이 도의 출자출연기관이 되는데까지 과정을 설명하며 “오히려 이 기회에 출자출연기관 해체로 국가 단위 독립적인 재단법인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4·3평화재단의 설립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10월 31일 회의에서 4·3평화재단은 조례 개정안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의견이 맞서자 도의회 전문위원이 중재, 재단 이사회의 의견을 11월 9일까지 제출하고 다시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도가 이마저 팽개친 채 2일 입법예고하겠다고 지난 1일 전격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도의회 중재안까지 무시하면서 조례 개정을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면 폭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도지사의 임명권 확보를 위해 4·3의 해결이라는 국가의 책무를 가볍게 만드는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도는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안을 2일 입법예고하고 오는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해당 개정안은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를 공개모집하며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단 이사장을 이사회에서 정해온 방식을 벗어나 도지사가 임명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73jm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