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분쟁으로 궁지 몰린 네타냐후…"지상작전에 정치생명 걸렸다"

하마스 공격에 미숙한 대처… 제2야당 대표 보다 지지율 낮아
사법부 무력화 시도,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등도 정치적 리스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전쟁 내각 위원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가자지구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10.2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강경한 안보관으로 명성을 쌓아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극우 연정을 이끄는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끝나면 모두가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또한 사임 의사를 묻는 말에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대상은 하마스다"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여론은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 마리브 신문이 지난 10월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80%는 하마스 테러 예방과 방어 실패에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에서 전시 내각에 참여 중인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에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8%는 간츠 대표를 총리로 선호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28%에 그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전쟁 전에도 부패 혐의와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인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미숙하게 대처하면서 정치적 생명이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작전 중인 관계로 그는 여전히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스라엘 관계자들은 결국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이후 가자지구 지상작전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월23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텔아비브에서 거대한 현수막을 펼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2023,9,2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전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이자 집권 여당 리쿠드당 의원인 대니 다논은 "여론조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과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정부는 반드시 결과를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에 압력으로 인해 정부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하마스의 권력을 그대로 방치하는 상황을 너무 많이 목격해 왔다"며 "정부가 하마스 근절이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민도 정치권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앞에는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가 쌓여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인해 이스라엘 국민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동맹국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대부분의 재계가 강력히 반대하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안 추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스라엘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건설업부터 요식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급격한 매출 감소를 보고하면서 경제가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장 시도 또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평소 부드럽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의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첩보기관 책임자들에게 지난 7일 하마스 기습 공격의 책임을 돌리는 트윗을 남겨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해당 트윗은 다음 날 삭제됐지만, 정치권은 "선을 넘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한 편집자는 로이터에 "네타냐후는 총리직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직후 네타냐후가 총리를 사퇴했거나 해임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