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서 수백명 환자·외국인 이집트로…"5000명 이상 대피 가능성"(종합)
"약 2주 동안 외국 여권 소지자 7500명 출국 가능할 듯
(서울=뉴스1) 강민경 김민수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일한 출구,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통하는 라파 통행로가 개전 25일만에 열렸다.
CNN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민간인 중상자들과 외국 여권을 소지한 이중 국적자들이 남부의 이 통로를 이용해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이 아닌 사람이 국경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준 팔레스타인인 중상자 81명과 외국 여권 소지자 약 360명이 라파 통로를 통해 이집트에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수십 명은 이미 이집트 곳곳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360명의 외국 여권 소지자들이 라파 통행로를 통과해 가자지구를 떠났으며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들의 국적은 △오스트리아 △영국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일본 등이었다.
당초 491명의 외국 국적자들이 이집트로 출국하는 주민 명단에 있었지만 나머지 130명은 국경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가족 없이 국경을 통과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 밖에도 가족과 구호단체에 따르면 최소 2명의 미국인도 이집트에 입국했으며 일부 프랑스 시민권자도 가자지구를 떠났다.
2일에도 라파의 국경 검문소가 개방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조치로 약 2주에 걸쳐 약 7500명의 외국 국적자들이 탈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타르 중재로 협상에 미국과 이집트 참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25일만에 피란길이 열린 건 카타르의 중재로 미국·이스라엘·하마스·이집트가 협상한 데 따른 결과다.
이들은 민간인 중상자와 이중 국적자들의 석방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는 인질 협상과는 별개의 것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라파 통행로 개방이 "중동 지역 내 파트너들과의 치열하고 긴급한 외교" 이후에 이뤄졌으며 조만간 1000명의 외국 국적자들이 추가로 출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자지구에 갇혀 있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들은 미국 국무부로부터 "이번 주부터 출국이 시작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앞서 최소 3명은 라파 통행로로 가기 전에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받으려면 이메일함을 주시하고 있으라는 권고를 들었다.
미국은 최종적으로 5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가자지구를 떠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총 인원이 약 7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유동적이라 정확한 수치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문소 앞에는 구급차·외교관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
한편 라파 통행로의 이집트 쪽에서는 구급차 수십 대와 각국 외교관들, 여행가방을 들고 가족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집트 국경 관리는 "외국 영사관 직원들이 이집트 국경 쪽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침부터 구급차 80여대가 민간인 중상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출동했다고 알렸다.
알 시파 병원의 모하메드 아부 실미예 원장은 CNN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내 환자들은 대부분 지역 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라파 통행로로 나온) 중상자들은 가자지구 내에서 시행할 수 없는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현재 45명의 팔레스타인 중상자들이 자국 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약 8700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난달 27일부터 지상작전을 확대하면서 공습과 교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북부의 자말리아 난민촌도 두 차례나 공습을 받았고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개방된 라파 통행로는 이집트 북부 시나이 반도로 통하며, 현재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유일한 국경 통행로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둘러싼 모든 통행로를 봉쇄한 가운데 유일한 출구가 됐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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