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에 ‘윤핵관’ 이철규···대통령실 인사 영입 전초전?
대표적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2일 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에서 사퇴한 지 한 달도 안돼 핵심 당직에 복귀한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에서 영남 중진 의원의 수도권 출마를 논의하는 가운데 그 자리에 대통령실 참모와 검사 출신을 배치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의결했다”며 “이 의원은 전직 사무총장으로 인재영입 활동을 오래전부터 계속해 왔기에 업무 연속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1기’ 체제에서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지난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가 한 달 만에 핵심 당직에 재등용됐다. 이 의원은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지난 8월 의원총회에서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내년 총선 공천을 못받는다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인 지난달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승패는 우리 당의 인재를 얼마나 국민에게 추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신진 인사를 적극 영입해 당의 확장성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과 정부, 대통령실의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겠다”며 “당정대 관계에 있어서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수직적 당정관계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측근인 이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재 영입을 통한 혁신 가능성이 불가능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영남 중진 의원들을 험지 출마 명분으로 지역구를 옮기게 한 후 그 자리를 대통령 참모나 검사 출신들로 채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 의원을 비켜나게 하면 이 의원이 용산 인사들을 그 자리에 꽂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은 엄청난 모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영남 중진들의 빈 자리에) 권력에 가까운, 친분관계 때문에 공천받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혁신위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당내 비윤석열계 인사들은 즉각 비판 메시지를 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임명직 당직자 사퇴한다더니 다시 슬그머니 한 달도 안 되어 들어오는 걸 보니 사람이 없군, 먹고살 만해졌나 생각하나 보군, 역시 노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잘 준비해서 여당 프리미엄으로 꽃가루를 날리고 폭죽을 터트려도 모자랄 판에 고춧가루를 날리고 있다”고 썼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NS에 “심기에 거슬리면 같은 당 의원도 내쫓겠다고 겁박하는 이 의원이 과연 어떤 인사를 영입하겠나”라며 “결국 시키는 대로 하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 당의 개혁을 바라는 인물은 승선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썼다. 그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 의원을 보름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올린다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끝끝내 핵심 기득권은 놓지 못하는 살찐 고양이들의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인사를 보니 김기현 대표님이 내려오셔야 할 것 같다”며 “‘대통령께 할 말 하겠다’는 다짐은커녕 최소한의 국민 눈치도 못 보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당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총선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발전시킬 분들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공천을 친윤계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를 감안했는데 인재영입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별개니까 결과를 보고 평가하겠다”고 답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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