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사태도 ‘2인자 죽음’이 촉발… 중국이 리커창 추모 막는 이유[Global Focus]
1976년 저우언라이 전 총리 사망
정적들이 추모방해 중국인 분노
1차 톈안먼 초래… 4인방 몰락
중국 ‘거물급 변고’마다 통제 일관
문혁 속 류샤오치 전 주석 사망땐
본명 감추고 ‘71세 무직자’ 처리
리커창 사망 재조사요구 분출에
“시진핑 위기 올것” “영향력 미미” 분분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지난달 27일 사망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의 화장이 진행된 2일 중국 전역은 추모 열기로 가득했다. 중국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전역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1인 체제 이후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리 전 총리의 죽음을 애도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공산당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에 대한 진상 조사 요구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 내 2인자의 죽음이 역사적으로 큰 정치적 반향을 몰고 왔던 만큼 이번에도 작지 않은 파장이 생길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정국 흐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역사적 파동 불러온 ‘2인자의 죽음’ =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이후 중국 전·현직 2인자들의 죽음은 큰 정치적 파장을 몰고 왔다. 1971년 문화대혁명 당시 2인자로 각광받았던 린뱌오(林彪)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쿠데타에 실패한 후 해외로 도주하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9·13 사건은 군부 내 린뱌오 지지세력의 숙청과 함께 이후 ‘비림비공(批林批孔·린뱌오와 공자 비판) 운동’으로 확산했다. 1976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사망하자 그를 적대하던 장칭(江靑) 등 ‘4인방’은 그를 비난하며 추모 열기를 방해하다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고 이는 ‘1차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불리는 4·5 운동을 초래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당시 실무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의 실각을, 장기적으로는 4인방의 몰락과 문화대혁명의 종식을 가져왔다. 1989년 후야오방(胡耀邦) 총서기의 사망은 중국 민주화 운동의 정점이자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던 ‘2차 톈안먼 사건’(6·4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들 사건은 수면 아래 있던 중국 공산당 내 권력 갈등을 분출시켜 권력 재편을 가져왔다. 비림비공 운동과 4·5 운동은 4인방 대 저우언라이-덩샤오핑 계열의 갈등을, 2차 톈안먼 사건은 강경파였던 리펑(李鵬) 전 총리와 온건파였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 등의 갈등을 유발했고, 패배한 진영의 몰락을 불러왔다.
◇중국 당국, 강한 통제로 일관 =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2인자의 죽음과 그 영향을 항상 경계해 왔다. 1969년 류샤오치(劉少奇) 전 주석의 경우 문화대혁명의 광풍 속에 사망했을 당시 본명조차 공개되지 않고 ‘71세 무직자’ 신분으로 처리됐다. 가택 연금 중이던 자오 전 총서기가 지난 2005년 사망했을 때도 당국은 그의 장례가 지나치게 성대하게 이뤄지는 것을 경계해 유족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번 리 전 총리의 사망에 대해서도 중국은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그의 사망을 간략하게 알릴 뿐 큰 보도를 자제했던 중국은, 이후 전국적으로 추모 열기가 강화되자 이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하고 나섰다. 같은 달 31일 SNS 엑스(X·옛 트위터)와 웨이보(微博) 등에 따르면 리 전 총리를 추모하는 이들로 가득한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훙싱루(紅星路)80호 ‘안후이 문화역사 연구원’ 앞에 최근 파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등장해 조화 속 카드의 문구를 확인하고, 부적절한 문구라고 여겨지는 카드를 제거했다. 또한 그가 최연소 성장으로 재임했던 허난(河南)성의 성도 정저우(鄭州)에선 광장 내 CCTV 정비가 이뤄지는 등 추모 열기에 대한 감시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모 열기는 2일 영결식과 맞물려 식지 않고 있다. 인근 꽃 시세가 평소의 세 배라는 현지 보도가 나올 정도다. 중국 언론인이자 공산당원인 구완밍(顧萬名)은 인터넷에 올린 공개서한에서 리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해 부검 등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그때까지 장례일정을 미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 앤드루 네이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국 최고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발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 전 총리 죽음을 계기로 정치적 변화 생길까 = 이 같은 이유로 리 전 총리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미 시사 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리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한 재조사 요구가 당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탕은 “리 전 총리의 추모 열기는 지금도 계속 커가는 중”이라며 “지난해 발생한 ‘백지 시위’처럼 시 주석에게 정치적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량’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한 시사평론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에서 위기감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번에 리 전 총리의 죽음이 큰 격변을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그 뒤에는 여전히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생존해 있는 만큼 이들에게 변고가 발생했을 때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모 정국이 중국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미 중국학자 왕쥔타오(王軍濤)는 “중국 공산당의 자기 개혁에 희망을 걸었던 6·4 톈안먼 시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지식인들과 서민들이 더는 공산당에 대한 애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혼돈 휩싸인 중국지도부… 자리다툼하며 각자도생
친강(秦剛) 전 중국 외교부장과 리상푸(李尙福) 전 국방부장 낙마로 흔들리는 중국 지도부에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의 죽음까지 겹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정치적 혼란이 보다 극심해지면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며 ‘각자도생’의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신화통신은 허리펑(何立鋒) 부총리를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소개하며 그가 류허(劉鶴) 전 부총리를 대신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새로운 ‘경제 책사’가 됐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류 전 부총리의 영향력을 빨리 지워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에 이은 ‘2인자’ 자리를 놓고서도 리창(李强) 총리와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제1서기 간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혹자는 이를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핵심측근) 내 주류세력인 즈장신쥔(之江新軍·저장(浙江)성 인맥)과 최근 급성장 중인 ‘구 가신’ 푸젠방(福建幇·푸젠성 인맥) 간의 자리다툼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스트인 국방부장 없이 샹산(香山) 포럼을 진행한다든가, 로켓군 지휘부 장성들에 대한 처리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등 중국 지도부가 의견을 합치지 못한 채 ‘각자도생’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 중국 평론가 장징룬(張經綸)은 “시진핑 파벌 내 이권 다툼도 치열하지만 반시진핑 세력의 견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평소 11월에 치러지는 중국공산당 제20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20기 3중전회)는 아직 그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3중전회는 중요한 경제, 정치적 결정을 안건으로 상정해 다루는 만큼 내부 의견이 통일되지 못하면서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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