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주행 체험에 온라인 맞춤수업… 학생들 ‘꿈’ 업그레이드[로컬인사이드]
의령군에 미래교육원 문열어
코딩·3D모델링 수업도 진행
5단계 편성…실력 향상 도와
‘아이톡톡’, 교육 데이터 수집
학생 성취도·흥미 평가 분석
폐교 활용해 공공도서관 짓고
학교에 거점형 돌봄센터 운영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경남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서 갖추기 힘든 인공지능(AI), 로봇주행, 3D모델링 등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미래교육원을 개원해 초중고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또 교육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학습 플랫폼(아이톡톡)을 개발해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폐교를 활용해 공공도서관을 짓고 전국 처음으로 학교에 거점형 돌봄센터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학교 만들기에도 적극 나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9월 의령군에 문을 연 미래교육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AI, 로봇주행, 코딩, 3D모델링 등을 체험하고 관련 수업도 진행해 참여 학생들의 몰입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 번 체험으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은 관심 있는 프로그램에 지속해서 체험을 신청해 단계별로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것도 미래교육원의 특징이다. 특히 레벨별(5단계) 수업을 편성해 이해도가 낮은 초등학생부터 프로그램 언어를 습득한 고등학생까지 수준별로 수업이 가능하다. 미래교육원은 하루 1000명을 교육하는 주중 프로그램과 가족 단위 체험객을 위한 주말 프로그램 운영하는데 올해 12월까지 8만 명의 학생이 사전 신청해 교육일정이 꽉 찬 상태다. 김해 가야중 2학년 황동진 군은 “장래희망이 AI 반도체를 만드는 것인데, 여기 와서 내가 직접 컴퓨터로 코딩한 대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움직여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주말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꿈을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이 AI 시대를 맞아 2021년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인 ‘아이톡톡’도 전국교육청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톡톡은 네이버 ‘웨일’을 활용해 도내 초∼고등학교 학생들을 플랫폼에 가입시킨 후 이곳에서 진행하는 수업내용 등 교육데이터를 수집해 학생들의 성취, 흥미 등을 평가하고 분석한다. 이어 확보된 데이터는 2025년까지 그룹별 및 학생별 특성을 분석해 향후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가이드, 강화학습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에 활용하게 된다. 아이톡톡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올해 3년 차를 맞아 수집된 교육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학생들의 학습결과를 분석 중이다. 김선미 광주대 교수는 “아이톡톡의 활동데이터는 학습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 의사소통과 같은 사회 정서 영역의 주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며 “최근 대두된 학생 성장에 대한 이해와 생활지도에 대한 유의미한 피드백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의 도서관 정책과 학교를 활용한 거점형 돌봄센터도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동네마다 있는 학교가 한마디로 복합문화 및 돌봄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도서관은 경남도교육청이 2018년 개관한 ‘마산지혜의바다’다. 도시재생프로젝트로 옛 구암중 체육관을 증축해 개관한 이 도서관은 연면적 2600㎡, 지상 3층 규모로 약 10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3층 규모지만 전체가 열린 공간으로 동화방, 레고방, 웹툰방 등을 갖추고 있고 커피를 마시며 독서, 전시, 연주회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기존 정형화된 도서관의 개념을 탈피했다. 도내 공공도서관 최초로 공휴일 및 매주 셋째 주 수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중 운영해 학생들의 독서 공간이자 지역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해소하는 쉼터로 자리 잡았다. 도교육청은 2019년 옛 주촌초를 리모델링해 책, 문화, 예술, 창작이 어우러진 ‘김해지혜의바다’도 개관했고 창원·마산·김해도서관도 미래형 공공도서관으로 탈바꿈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맞벌이 학부모를 위한 ‘거점형 통합돌봄센터(늘봄)’ 운영도 눈길을 끈다. 학생 수가 줄어든 여유 교실을 활용해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거점형 돌봄센터를 설립했다. 창원 명서초 별관 4층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1년 3월 처음으로 문을 연 늘봄은 현재 명서초와 인근 10개 학교 학생 158명이 이용하고 있다. 6개 돌봄교실과 다양한(8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9월에는 창원 상남초에도 추가로 125명이 이용하는 늘봄을 개관해 운영 중이다.
“교육투자,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에 중점 둬 접근해야”
■ 박종훈 경남교육감
“교육에 대한 투자는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줬으면 합니다.”
박종훈(사진) 경남도교육감은 “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은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 없지만 교육감으로서는 난감한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육감은 “경남의 경우 사실상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신도시 학교 신설 등으로 내년에 도내 학교 학급수가 72학급이나 늘어난다”며 “정부 부처 정원이 모두 줄어드니 고통분담 차원에서 교육청도 정원을 감축하라고 하는데 교육현장은 상황이 달라 미래 투자라는 관점으로 다시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박 교육감은 학교 돌봄사업도 주변 10여 개 학교를 모아 센터형으로 추진해야 인력과 프로그램 운영 등 효율성이 높아지는데 교육부는 단위 학교별로 돌봄사업을 추진해 학교의 불만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박 교육감은 “학교 돌봄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해 20년이 넘었지만 학교가 불만을 갖는 것은 인력이나 예산지원 없이 교사들에게 남는 시간에 하라는 식으로 접근해 왔기 때문”이라며 “교사들이 정규 교육과정 운영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인근 학교 아이들을 모아 센터형으로 운영하고 돌봄을 위한 인력이나 예산을 따로 주면서 학교 공간을 공유하는 별개 사업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최초로 도입한 교육플랫폼인 ‘아이톡톡’과 미래교육원 개원 등 미래 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변방에 있던 경남 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에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며 “하지만 첨단 에듀테크가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쪽으로 나가야지 그것 자체를 미래교육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은 “아이톡톡의 경우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교육청 단위에서 교육플랫폼으로 온라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플랫폼 구축이 완료되면 학생 개개인은 학습 분석은 물론 교습방법까지 교육적 활용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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