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건물 수조서 초당 12만장 카메라로 측정…‘저소음 군함’ 기술 개발[초격차 기술, 현장을 가다]
세계최대 공동수조·국내유일 음향수조 보유
유속·압력 미세 조정하며 초정밀 실험
프로펠러 개수 등 최적 성능 찾아내
시흥=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지난달 17일 경기 시흥시 배곧동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연구·개발(R&D) 캠퍼스. 지난 2018년 12월 문을 연 이곳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空洞)수조와 예인(曳引)수조, 국내 조선업계에서 유일한 음향수조 등 ‘수조 3형제’가 한화오션의 초격차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캠퍼스 전체 면적은 약 5만㎡(1만5125평)다.
제일 먼저 공동수조의 맨 위층으로 진입했다. 길이 62m, 높이 21m의 3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공동수조다. 이 수조는 2020년 7월 완공됐는데, 상업용 공동수조로는 세계 최대인 동시에 최신 설비라고 한화오션은 설명했다.
공동수조는 공동현상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공동현상은 물속 압력이 급격히 변동하면 물이 기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생긴 기포가 강한 진동과 수중방사소음을 일으킨다. 운항 중 공동현상이 발생하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프로펠러 날개가 훼손될 수도 있다.
공동수조 3층의 핵심은 ‘시험관측부’라는 긴 터널이다. 중간에 마치 수족관처럼 내부를 볼 수 있는 투명한 구간이 있고, 초당 12만 장을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가 여러 대 달려 있었다. 시험관측부 크기는 폭 2.8m, 높이 2.3m다. 이 안에 프로펠러가 달린 배 모형을 넣고 물을 채운 뒤, 최대 출력 4.5㎿ 모터에서 동력을 얻는 지름 4.5m짜리 ‘임펠러(Impeller)’로 3600t의 물을 순환시키며 시험을 한다. 초속 15m까지 유속을 조절해가며 소음과 진동을 테스트하는 것. 압력도 0.3∼4바(bar)까지 조절할 수 있다.
정재권 성능평가팀 책임연구원은 “군함의 경우 수중방사 소음 때문에 적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몇 노트(knot) 속도에서 공동현상이 생기는지까지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대형 수영장 위에 거대한 크레인을 달아놓은 듯한 모습의 예인수조로 들어갔다. 예인수조는 길이 300m, 폭 16m에 이른다. 예인수조에 담긴 물은 3만3600t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고, 수조 바닥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최대 7m 범위에서 수심을 조절할 수 있어 상선부터 함정까지 맞춤형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예인수조에서 시험할 수 있는 모형 배의 길이는 최대 12m다.
예인수조 초입에 해당하는 ‘준비수조’에서 연구원들이 모형 배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선 리프트로 배를 들어 올려 측정 장비를 달고 다시 내려서 물에 띄운다. 이어 예인전차가 배를 매달고 수조를 왕복하며 시험하게 된다. 300m 후방, 수조 끝부분에는 뱀처럼 꿈틀대며 인공파도를 만드는 ‘조파기’가 설치돼 있었다. 예인전차가 움직이는 속도가 곧 배의 운항속도가 되는데, 최고 속력은 초속 8m다. 이창훈 책임연구원은 “파도 저항 시험, 프로펠러 몇 개를 달아야 최적의 성능을 내는지 알아보는 시험, 배가 옆으로 돌 경우를 상정한 시험, 잠수함이라고 가정해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시험 등을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음향수조에서는 크레인에 매단 모형 배를 물속으로 넣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스피커를 탑재한 배에 소음을 발생시키고, 동시에 선체 주변에 공기방울을 분사해 소음 감소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적에게 배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도록 선체에 일종의 에어커튼(Air-Curtain)을 형성하는 시스템의 시연이었다.
이원병 함정성능연구팀 책임연구원은 “공기방울이 선체를 감싸면 소음이 크게 줄어든다”며 “미국 군함에는 이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은 음향수조를 활용해 수중 방사소음 저감 기술인 마스커 에어 시스템(Masker-Air System)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를 성공시킨 바 있다. 이곳 음향수조는 길이 25m, 폭 15m, 깊이 10m 크기다. 음파의 전파·반사·산란·회절·굴절 등 특성을 확인·분석하는 설비로, 국내 조선업계에선 한화오션만 보유하고 있다. 수조는 벽면을 거칠게 만들어 불필요한 음파 반사를 차단했다.
한화오션의 초격차 기술력은 이들 수조에 그치지 않는다. 친환경연료 육상시험설비(LBTS)와 전동화 LBTS도 한화오션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R&D 시설이다. 친환경연료 LBTS동에 들어가자 연료전지 시스템에 수소를 공급하는 설비가 눈에 띄었다. 압력·유량을 계측하는 계량기가 수십 개 달린 이 설비에는 현대자동차의 수소 전기차 ‘넥쏘’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패키지를 부착, 선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잠수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를 붙인 설비를 구축, 둘 중 어느 쪽이 더 선박에 적합한지 비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LBTS 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도 국내 조선업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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