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밀린 이마트? 위기설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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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와 쿠팡은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하더라도 비교가 되지 않는 경쟁 상대였다. 신세계의 대표 브랜드 이마트는 꾸준히 수백억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했고, 쿠팡은 수조원씩 매년 쏟아부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매년 적자만 기록하는 쿠팡의 공격적인 물류센터 구축을 놓고 수익이 날 수 있긴 하겠냐는 우려가 상당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두 기업의 전망은 완전히 엇갈리기 시작했다. 꾸준한 투자로 자리 잡은 쿠팡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이마트는 상반기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쿠팡 15조 3,749억원, 이마트 14조 4,065억원으로 순위도 뒤집혔다.
신세계는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G마켓 인수 등 공격적인 M&A에 나섰지만 실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G마켓과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신세계의 6개 계열사가 모두 포함된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통해 쿠팡 와우회원처럼 ‘록인 효과(특정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이를 체감 못 하고 있는 현실이다.
부동산 가치보다 한참 낮은 시가총액
1조 7,600억원. 10월 12일 기준 신세계 시가총액이다. 소유 부동산 가치의 4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헐값이다. 2018년 5월 45만원대에 거래됐던 주가는 올해 상반기 17만 2,000원까지 떨어져 현재 17만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신세계가 그동안 M&A를 위해 부채를 늘려온 것을 감안할 때 ‘적정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통의 유통 명가인 신세계 시가총액이 2조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5년 15만원대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한 차례도 17만 5,000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당연히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가장 뼈아프다. 올 상반기 394억원의 영업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모든 지표마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357억원으로 전년 대비(3,168억원) 57.2% 폭락했다. 2분기 실적도 영업 손실이 전년 대비 123억원 늘었다. 신세계만큼 이마트의 주가도 같이 떨어졌다. 올해 초 10만원대를 유지하다 최근 7만원대까지 내려갔다. 2018년 32만원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이마트의 시가총액도 2조원이 되지 않는다.
새 인사 전면에 내세웠지만
당초 신세계그룹은 12월 초 정기 임원 인사가 있었지만 이마트가 첫 적자를 낸 2019년부터 10월에 이른 인사를 해왔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위기감을 더 무겁게 느끼고, 대대적인 인사로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특히 ‘정용진의 남자’로 불린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 대표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강 대표는 농림수산식품부, 경영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등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아 2019년 외부 인사로는 처음 대표로 영입됐다.
하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강 대표가 주도한 G마켓 인수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 5,000억원을 주고 G마켓을 인수했지만 분기마다 1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적자 규모만 500억원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는 208억원이다. 이마트 영업이익의 절반이 G마켓 인수 비용의 이자로 나가고 있지만 G마켓 실적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G마켓 등을 중심으로 한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도 론칭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 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이다.문제는 이마트뿐이 아니다. 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오던 신세계 영업이익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 줄어들었다. 지난해 그룹 합산 매출이 37조 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오름세를 보였지만 합산 영업이익은 948억원으로 18%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이 2.5%에 그친 것.
공격적인 인수가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실제로 2021년 이후 신세계그룹은 G마켓 인수뿐 아니라 W컨셉을 2,616억원에 사들였고, 스타벅스 지분을 5,000억원에 추가로 취득했다. SSG 랜더스 야구단 인수에 1,000억원, 섀퍼 빈야드 와이너리 인수에 3,000억원 등 공격적인 투자·인수를 이어왔다.
자연스레 2017년 6조 3,000억원인 순차입금이 지난해 말 14조 2,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마트 성수 본사 매각을 통해 일부 자금을 확보했지만 빚은 늘어났고, 이자 비용 부담도 커졌다. 특히 온라인 시장 확대를 위해 SSG닷컴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던 상황에서, 3조 5,000억원을 들여 G마켓까지 인수한 것이 무리라는 비판이다.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 큰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서울문화사 DB, 정용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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