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백기 끝내고 컴백한 온앤오프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2023. 11. 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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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입대했던 보이그룹 온앤오프가 6월 만기 전역 후 10월 4일 일곱 번째 미니앨범 '러브 이펙트(LOVE EFFECT)'를 발매했다.

2022년 군 입대와 함께 발표한 앨범이나, 전원 동반 입대로 치른 군 복무 등 온앤오프가 겪은 조금은 흔치 않은 사실들을 직접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게 이 두 곡으로 온앤오프는 매우 명시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이돌이 된다.

온앤오프 역시 그 같은 경향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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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의 케이팝 내비]
일곱 번째 미니앨범 ‘러브 이펙트’를 발표한 온앤오프. [RBW, WM 엔터테인먼트 제공]
동반 입대했던 보이그룹 온앤오프가 6월 만기 전역 후 10월 4일 일곱 번째 미니앨범 '러브 이펙트(LOVE EFFECT)'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바람이 분다(Love Effect)'에는 여기저기 장난기가 배어 있다. "붕괴되기 직전이었어"에서는 리버브 효과를 많이 넣어 아득하게 멀어지던 목소리가 갑자기 코앞으로 다가온다든지 하는 식이다. 제2 후렴에서도 마치 익살스러운 말투처럼 구절의 끝을 대뜸 한 옥타브 올려버린다. 미워할 수 없는 짓궂음이다. 피아노 같은 금속성의 묵직한 베이스가 의기양양한 가운데 노래는 시종일관 낙천적이고 가뿐하다. '청량'이라는 편리한 표현이 지금처럼 온갖 것을 지칭하기 전, 애초에 의미하던 해맑고 상쾌한 바로 그 느낌이라 해도 좋겠다. 사실 전개부 멜로디가 들려주는 사랑스러움이 워낙 두드러져 후렴이 힘을 덜 받는다는 인상도 없지 않다. 다만 스쳐 지나가기보다 한 번 더 곡 전체를 듣고 싶어지는 효과는 있다. 곡에 넘치는 낙관과 유쾌함이 비트와 구조의 힘을 입어 완결성 있는 세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사와 안무는 팬에게 반가운 발견의 재미를 준다. 전작들에서 따온 대목들이 간간히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몇 년간 K팝에서 드물지 않게 시도된 작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곡의 그것이 범상치 않은 이유는 이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컴백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감사, 반가움과 그리움, 정체성의 환기, 건재함의 선언 등 공백기 뒤 아티스트가 응당 들려줘야 할 것들이 이곡에 구현된다.

자신들의 이야기 전하는 아이돌

그런 면에서 앨범을 시작하는 트랙 'Be Here Now'는 좀 더 본격적이다. 첫 가사는 "보고 싶었다는 말 대신에 이렇게 노래를 만들었어"다. "음악밖에 몰라서" "활동 못 하는 앨범을 내고" "548일간의 여행" 같은 가사도 들린다. 2022년 군 입대와 함께 발표한 앨범이나, 전원 동반 입대로 치른 군 복무 등 온앤오프가 겪은 조금은 흔치 않은 사실들을 직접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게 이 두 곡으로 온앤오프는 매우 명시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이돌이 된다.

흔히 아이돌은 남이 만들어준 노래를 부르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에 따라 콘텐츠가 비현실적이고 진정성 없다고도, 아이돌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최근 경향은 이 같은 인식의 경계를 비틀어놓는다. 특히 Mnet '프로듀스 101'과 BTS(방탄소년단)의 부상 이후 아이돌의 삶과 커리어를 직간접적으로 가사에 언급하며 주제 의식을 끌어내는 경우가 수두룩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 대중의 삶이 투사되는 대상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아이돌의 역경과 꿈을 통해 고단한 현실에 화사한 색채를 입히고 용기를 얻는 것이다. 또는 아이돌의 커리어 자체가 열광과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흥미로운 하나의 서사 콘텐츠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것은 때로 픽션에 가까운 비현실로도, 또는 자연인 아이돌의 내면에서 비롯된 진정성 있는 노래로도 구현된다.

온앤오프 역시 그 같은 경향 위에 자리한다. 다만 시장에서 이들이 갖는 특유의 존재감과 군 복무 이후 컴백이 이 곡에 남다른 맥락을 부여한다. 거기에 온앤오프의 표현이 현실과 환상 사이에 고슬고슬하게 걸쳐 만들어지는 질감은 놓치고 지나가기 아쉬운 부분이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이돌의 시대, 혹은 아이돌이라는 '작품'이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참조하는 시대에 '바람이 분다(Love Effect)'는 이를 명시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라 할 만하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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