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FA컵 결승 포항 전북, 선수 교체 앙금 털어내자[김세훈의 스포츠IN]
지난 28일 K리그1 전북-포항전 선수교체 과정을 복기해보자.
①전반 22분 포항 김용환이 부상으로 그라운드 밖에서 치료받았다.
②포항은 선수교체 용지에 교체 OUT ‘7번 김인성’, 교체IN ‘17 신광훈’을 썼다.
③교체용지는 대기심에 전달됐고 대기심은 7, 17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④신광훈은 들어갔지만 김인성은 나오지 않았다.
⑤경기는 5분 진행됐고 전북이 어필했다. 김인성은 그라운드를 떠났다.
⑥포항은 교체카드 한장을 더 써서 김용환을 빼고 김승대를 넣었다.
누구 잘못일까. 아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따져보자.
사태를 예방하고 막을 수 있는 임무와 권한을 가진 심판이 그렇지 하지 못한 잘못이 상대적으로 크다. 심판이 정확한 교체를 위해 김인성이 맞느냐고 포항에 물었어야 했다. 교체는 해당 선수가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확정된 게 아니다. 포항이 김인성을 김용환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 심판이 포항에 의사를 확인하지 않아도 됐다. 그냥 김인성을 뺐으면 될 일이었다.
포항은 교체 선수 용지 작성 과정에서 실수했다. 다친 선수를 김인성으로 착각한 주무가 교체용지에 김용환이 아니라 김인성 번호와 이름을 적은 것이다. 김기동 감독 사인까지 들어갔으니 선수단 전체가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포항이 잘못은 했지만 의도한 꼼수보다는 순간적 실수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주심, 부심, 대기심, VAR 심판이 잔여경기 배정금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 프로 잔여 경기는 3경기다. K리그 담당 심판진은 시즌 시작, 종료와 함께 시즌 계약이 끝난다. 3경기 배정 금지는, 직장인으로 따지면, 한달 정도 월급을 못받는 것과 비슷하다. 주심과 대기심은 연말 심판위원회에 강등 대상으로 회부됐다. 주심은 현재 K리그1, 대기심은 K리그2 담당이다. 한단계 강등되면 이력에도 오점이 생기고 수당도 절반으로 준다. 1년 후 승격된다는 보장도 없다. 심판이 체감하는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지금 바로 심판을 강등시키라고? 어떤 일이든, 어느 조직이든 뭔가를 결정하려면 적절한 과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심판 자격 취소는 과해 보인다. 심판이 승부조작, 보복판정, 부정부패 등을 저질렀다면 자격 취소가 무조건 맞다. 그건 도덕적, 윤리적 문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심판 행동은 실수다. 실수니까 그냥 봐주는 게 아니다. 심판을 키우는 데는 많은 투자, 오랜 기다림, 지속적 교육이 필요하다. 한차례 실수로 자격을 박탈하고 퇴출시킨다면 세상에서, 어떤 일이든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포항도 어떤식으로든 징계가 불가피하다. 김인성을 빼려했다면 김인성 교체아웃을 확인해야 했다. 심판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어쨌든 포항도 김용환을 교체하려했다면 용지에 제대로 썼어야 했다. 포항도, 김인성도 잘 한 건 없다. 몰수패 처리는 과하다. 부정선수는 미등록 선수, 경고누적·퇴장으로 출전 정지 선수, 상벌위원회 징계 위반 선수 등을 뜻한다. 김인성은 부정선수가 아니다. 억울한 전북 입장도 이해할 수 있지만 몰수패까지 주장할 사건은 아니지 않을까.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규칙에 따르면 선수 교체 절차 규정상 무자격 선수가 경기에 참여하면 해당 선수 소속 구단이 0-3 몰수패를 당한다. IFAB와 국제축구연맹(FIFA)는 무자격 선수를 ‘not eligible player’ ‘ineligible player’로 표현한다. 그게 ‘나쁘다’는 가치가 반영된 ‘부정 선수’라는 문구로 통용되는 게 혼란을 더 키운 면도 있다.
포항과 전북이 4일 FA컵 결승에서 맞붙는다. 순간적인 앙금이 오래 묵으면 자칫 더 큰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주일 전 날카로운 감정을 깔끔하고 침착하게 정리하는 게 양 팀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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