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40주년' K리그의 제일 큰 변화...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란 무엇인가 ①

김대식 기자 2023. 11.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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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2023시즌 K리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의 도입이다.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에 소개하기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분명한 변화이기에 다시 한번 제도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연맹)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K리그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했다. 지금까지 여러 시도가 있었다. 구단별 연봉 공개부터 시작해 전면 유료관중 집계, K리그만의 클럽라이선싱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노력들은 큰 폭에서의 제도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선수들의 연봉이나 유료관중 집계는 K리그의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들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K리그의 지속 가능성을 진정으로 탄탄하게 해주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었다는 비판도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2023시즌부터 연맹은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도입해 본격적으로 구단 경영 효율화와 리그와 구단의 재정 건전성 확보에 힘쓰기 시작했다. 재정 건전화 제도의 시작은 2020년 코로나19 시절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전 세계의 모든 축구 리그가 재정 위기에 빠지면서 K리그 역시 위기감을 느꼈다. 이는 3년 동안의 노력 끝에 재정 건전화 제도 설립으로 이어졌다.

사진=AFC 세미나에서 소개된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관통하는 뿌리는 '수익만큼 지출하자'다. 구단과 리그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익 초과 지출만큼은 막겠다는 것이다. 그 출발은 손익분기점 준수다. 손익분기점이란 특정 기간의 매출과 비용이 일치하는 점을 말한다.

2023시즌부터 K리그 구단들은 수익을 초과해서 지출을 시도할 수 없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연맹은 재정 규정 관련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유럽축구연맹(UEFA) 재정적페어플레이(FFP)와는 다른 성격의 시스템을 마련했다.

사진=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

# 사전통제형 시스템

바로 사전통제형이다. 연맹이 대중에게 익숙한 FFP와는 다른 사전통제형을 선택한 이유는 이중 적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연맹이 역시 사후제재 성격의 시스템을 고려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리그와 구단의 지속 가능성을 오히려 해친다는 판단을 내렸다. 만약 A구단이 수익보다 지출을 초과해 벌금을 매겼을 경우, A구단은 더 자금 사정이 나빠지게 되고, 자칫 이는 구단의 파산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연맹은 사전통제형 시스템을 통해서 지출이 수익을 초과하는 걸 사전에 방지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는 실제로 연맹이 참고하기도 한 스페인 라리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코노믹 콘트롤'과 방향성이 굉장히 유사하다.

사진=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

사전통제형 시스템을 구축한 연맹은 K리그 각 구단의 지출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예를 들어 A구단이 B선수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이적료가 많이 들어서 지출이 수익을 넘어간다면 B선수의 선수 등록은 불가능하다.

사전통제형 시스템 구축과 함께 이 과정에서 연맹이 고민했던 부분은 지자체 및 모기업의 지원금을 수익으로 책정할 것인지였다. 지자체와 모기업에서 지원해주는 돈을 과연 수익으로 바라보는 게 옳은가의 문제였다. 지원금은 구단에서 직접적으로 번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종 결론은 지원금을 수익으로 계산하겠다는 것이었다. 돈을 번 만큼 쓰자고 했지만 지자체와 모기업의 지원금을 제외하면 현재 K리그에서 '자생'이 가능한 구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K리그 최고 인기 구단들도 생존을 장담하지 못할 정도다. 2019년 기준 K리그 각 구단의 평균 지자체 및 모기업 재정적 의존도는 무려 76%에 달한다.

수익의 76%나 되는 항목을 제외하고 구단을 성장시키라는 급진적인 제도를 선택하기엔 따라오는 리스크가 많았다. 당장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단도 없을뿐더러 나아가서는 이 제도로 인해서 K리그의 국제적인 경쟁력까지 저하될 수도 있었다. 이에 연맹은 실현가능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지자체 및 모기업의 지원금을 수익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 구단의 미래는?

혹여 구단의 지출이 수익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는 다음 시즌 예산 편성에 영향을 준다. 지출이 초과한 만큼 다음 시즌 예산을 사용하지 못한다. 반대로 지출이 수익보다 낮아서 구단이 수익을 발생시킨다면 다음 해에는 발생한 수익만큼 예산을 추가적으로 더 사용할 수 있다.

이를 계산하는 과정에 있어서 또 하나 고려될 사안은 각 구단의 현 재정 상황이다. 연맹은 2022시즌까지 각 구단에 발생한 이익잉여금을 고려하기로 결정했다. 이익잉여금을 간단히 설명하면 구단이 지금까지 축적해온 순이익의 총합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22시즌까지 이익잉여금이 20억인 구단은 2023시즌에 지출이 수익보다 20억이 더 많아도 2024시즌 예산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2023시즌에 지출이 수익보다 10억 초과하고, 2024시즌에 또 10억이 초과해도 마찬가지다. 이익잉여금만 남아있다면 그만큼의 추가적인 지출은 제한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재정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온 구단들을 위한 추가적인 장치인 셈이다.

반대로 지금까지 적자였던 구단들은 이익잉여금이 0원으로 계산된다. 적자가 누적된 구단이라고 해도, 과거의 결과는 2023시즌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익잉여금이 지금까지 0원이었던 구단들은 2023시즌부터 적자가 발생하면 이는 2024시즌부터 곧바로 적용이 된다.

또한 현재 이익잉여금이 0원이며 자본금까지 바닥난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구단들은 연맹에 재무 개선 방안을 제출해야 하며, 연맹이 정한 기한 내에 해소해야만 한다. 연맹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구단의 재무 개선 방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구단들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징계 수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연맹 차원에서 아직 검토 중이다.

#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비율형 샐러리캡?

연맹이 손익분기점 준수와 병행하는 또 하나의 시스템은 수익 대비 선수 비용 70% 상한선이다. 앞으로 각 구단은 수익의 70%까지만 선수 비용에 사용할 수 있다. 선수 비용 안에는 연봉, 수당, 이적료,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는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와 굉장히 유사한 개념이다. 비율형 샐러리캡도 '수익만큼 지출하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비율형 샐러리캡 안에서 구단은 수익에 따라서 선수단 연봉에 쓸 수 있는 돈이 달라진다. 연맹은 단순히 연봉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 구성에 필요한 모든 금액을 선수 비용 항목에 넣었다.

이러한 개념의 제도가 K리그에 도입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썩 시선은 좋지 못했다. K리그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시선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맹은 수익에서 선수 비용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을 70%까지로 지정했다.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 아래 있는 해외 리그들이 대부분 70%를 전후로 통제하고 있다. 연맹도 국제적인 기준을 도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K리그 구단의 선수단 비용 지출 평균은 60% 안팎이다.

당장은 연맹이 만든 제도가 선수단 구성 및 투자의 제약이 될 일은 없다. 다만 연맹은 제도의 유용성을 확보하고자 추후에는 선수 비용에 추가 항목을 더하거나 70%의 상한선을 조금씩 낮춰가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동시에 연맹은 수익 대비 선수 비용 70% 상한선만큼이나 나머지 30%를 어떻게 지출할 것인지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연맹 관계자는 "선수단 집중 강화 및 성적 지향적인 투자가 아닌 마케팅, 유소년 성장, 인프라 설립 같은 구단을 위한 투자를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40주년을 맞이한 K리그지만 몇몇 구단은 아직까지도 훈련장 같은 제대로 된 인프라조차 구축되지 못했다. 연맹은 K리그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선 성적 지향적인 투자만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K리그의 균형잡은 발전을 도모하려면 성적뿐만이 아니라 팬들을 위한 마케팅, 1군 선수들과 유소년을 위한 좋은 인프라 등에도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 첫 시작을 알린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2023시즌 시작을 알린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는 예상보다는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각 구단은 지난 1월부터 예산 편성과 지출과 관련된 모든 서류들을 연맹에 제출을 완료했다. 연맹은 올해부터 회계사 4인, 변호사 1인으로 구성된 재무위원회를 신설했고, 재무위원회가 각 구단이 제출한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사진= 'K리그 파이낸셜 매니저(가제)' 가이드안 예시
사진= 'K리그 파이낸셜 매니저(가제)' 가이드안 예시

현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연맹에 제출하게 될 자료가 많아지면서 업무량은 증가했지만 예산을 편성하고 지출하는데 있어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무량 증가 문제도 다가오는 2024시즌부터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연맹은 내년부터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전용 웹사이트인 'K리그 파이낸셜 매니저(가제)'를 개설할 계획이다. 연맹과 구단의 재정 담당 관계자가 이용하는 사이트로 서류 제출 같은 엄부를 일원화시켜서 더욱 간편화할 예정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연맹은 나아가서 K리그의 전반적인 재정 상황을 팬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고 있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와 라리가의 '이코노믹 콘트롤'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3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에 앞서 2편에서는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아볼 계획이다. 

사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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