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7억 하던 아파트, 올해는 5억 ‘뚝’…서울도 “집 안팔려요”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11.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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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8만건 3년만에 최대
시장가격 상승 기대 꺾이고
가격 차이로 매매 포기하며
실거래 수 급격히 줄어들어
주택 대기수요는 전세 전환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매경DB]
직장인 조 모씨(35)는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서울 외곽의 20평짜리 소형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재작년에는 7억원대였던 아파트가 작년에 6억 원, 올해 5억원대로 가격이 뚝 내려갔다. 그나마 지난 9월 6억원에 상승 거래된 사례가 있어 비슷한 가격에 매물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매수 문의는 없는 상황이다. 조 씨는 “출산 계획이 있어 평수를 넓혀 이사를 가야 하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간 ‘줄다리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매수인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 건이나 쌓여있지만 매도인들은 호가를 낮추진 않는 상황이다. 전셋값이 오르고 있고 내년부턴 공급 부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9월 아파트 거래량은 3361건으로 한 달 전(3851건)보다 12.7% 줄었다. 10월 거래 건수도 1209건에 그쳤다. 이달 말까지 거래 신고 기간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 추세대로라면 또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 꾸준히 늘어 지난 8월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어드는 모양새다.

거래가 주춤하며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중개업소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은 1일 기준 7만9319건에 달한다. 이는 아실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전달(7만 2154건) 대비 10%가량, 6개월 전인 지난 5월(6만 2307건) 대비 27%가량 늘어난 수치기도 하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은 많은데 이를 받아줄 매수인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단 의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고점을 회복한 곳이 많다”며 “고금리가 계속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매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현재 서울에서 큰 폭의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급매물도 대부분 빠졌기 때문에 보합 분위기가 연말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수요가 줄며 반대로 전세 수요는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공급은 부족해 전셋값은 상승하는 형국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서울 전셋값은 직전 분기 대비 0.46% 상승했다. 윤 수석은 “전세사기 여파로 지난 1년 동안 월세가 급등했다”며 “이게 다시 전세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23층)는 지난달 말 13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평형(20층)이 지난 1월에는 8억 6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단 점을 고려하면 4~5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매입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된 측면이 있다. 집을 사는 것보단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지금 전셋집에 계속 살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부터 본격 줄어든다”며 전셋값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박 교수 역시 “수급 불균형에 따라 전셋값은 내년에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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