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ETF서도 버림받은 '카뱅'…주가는 어느새 지하실
최대주주 리스크에 가계 대출 규제 우려까지
대통령도 나서서 제재 주문…"아주 부도덕한 행태"
증권가 "불확실성 해소까진 주가 한동안 부진"
카카오 간판을 달고 은행으로 데뷔해 한때 10만원을 넘봤던 주가가 지금은 1만원대다.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이야기다. '에스엠 시세조종'과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등 의혹에 휩싸인 카카오를 두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도 높은 조사를 주문했다. 뒷배가 오히려 독이 된 사례다. 살필 악재가 한둘이 아닌 만큼 카카오뱅크 주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로 전날 반등하기는 했지만 올해 고점(3만500원) 대비 약 39% 떨어진 상태다. 이달 하락분만 20%에 육박한다. 2년여 전과 비교하면 더 처참하다. 상장 초기인 2021년 8월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가 9만4400원 대비로 무려 80% 밀렸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주 배경 중 하나는 '최대주주 위험(리스크)'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런 카카오가 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과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특히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과 기타 임원 등 '개인'이 아닌 '법인'이 검찰이 송치된 만큼 카카오뱅크 매각 시나리오는 힘을 받고 있다.
카카오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을 땐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선 대주주 자격 요건을 두고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주주뿐 아니라 사업상의 문제도 생긴다. 진행 중인 마이데이터 허가 등 신사업 인·허가도 사실상 '올 스톱'이 돼기 때문이다.
카카오를 뺀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는 한국투자증권(27.17%)을 비롯해 국민연금(5.3%), KB국민은행(4.88%), 서울보증보험(3.2%) 등이 있다. 카카오로선 최악의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 처분으로 은행업에서 발을 빼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카카오를 둘러싼 악재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최근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게 됐다. 상장을 준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동일한 계약을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 등 서로 다른 두 계약으로 위장해 고의적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다만 이를 두고 사측은 "회계 처리방식에 대한 당국과의 견해 차가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도 카카오에 대한 엄중 수사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카페에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 택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면서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독과점의,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인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과 플랫폼 사이 중간자적 위치를 표방한 게 독이 된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의 악재도 받고 있다. 최근 가계 대출 규제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은행주는 동력을 잃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전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KRX 은행지수는 4.67% 밀렸다. 금융감독당국은 특히 지난 8월 가계대출 관리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 가계 부채 증가의 주범 중 하나로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장기 주담대와 인터넷은행 대출 등 최근 급증한 부분을 중점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인기 금융투자상품 중 하나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선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은행주 ETF를 출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상장한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ETF다. 이 상품은 배당 수익률이 높은 은행주로 꾸렸는데, 배당수익률이 낮은 카카오뱅크와 제주은행을 빼고 그 대신 우량 보험주를 더한 게 특징이다.
데이터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우리금융지주(9.02%), BNK금융지주(9%), DGB금융지주(8.87%), 기업은행(8.65%), 하나금융지주(8.53%), JB금융지주(8.42%) 등이다. 하지만 제주은행(0.91%)과 카카오뱅크(0.41%)는 1% 미만이다.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종목을 편입하는 기존 은행주 ETF에는 카카오뱅크가 무려 11% 안팎으로 담겨있어 수익률과 배당률을 희석시키는 요인이 돼왔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ETF가 나오면서 한때 은행 대장주 자리까지 올랐던 카카오뱅크로선 자존심을 구기게 된 것이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높은 영업이익률과 주주환원율을 보이는 은행주에 투자하는 게 국내 배당투자에 가장 적합한 것 아니겠느냐"며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다양한 악재가 터지면서 카카오뱅크를 제외시키로 한 결정이 공교롭게 더욱 효과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여의도 전문가들의 시선도 밝지 않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가계 대출 규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넷은행이 집중 타깃이 되면서 카카오뱅크 상황이 많이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도 "카카오를 둘러싼 의혹들이 법원 판결까지 가기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주가도 모멘텀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대주주 변경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지 타격으로 수신 이탈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실적이 아무리 좋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주가는 한동안 부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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