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있다"···현대차그룹 상장사 또 매출 100조 돌파 [biz-플러스]
정의선, '변화와 혁신' 경영전략 성과로
전체 매출 63.7% 차지 현대차·기아 주도
건설·방산·부품·물류 계열사도 실적 선전
“사업 전반에 걸쳐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 각 그룹사의 역량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하고 그룹의 밸류체인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자”
정의선(사진)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2020년 새해 메시지에서 그룹 내부에 체질 개선을 주문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듬해 신년사에서도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밝히며 신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 3년을 맞는 정 회장의 ‘변화와 혁신’ 주문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3분기 실적을 공시한 11개 상장사(이노션 제외)의 매출액은 전분기에 이어 또다시 100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을 공시한 현대차그룹 11개 상장사(이노션 제외)의 전체 영업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배 증가했다. 매출액은 7.1% 늘어난 104조5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109조2000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100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3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그룹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8%이다.
현대차·기아(000270)는 올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나란히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 2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올 들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5조9천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23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 연간 영업이익을 올해 3분기만에 넘어서는 경영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은 그룹 내부 체질 개선과 강력한 신사업 드라이브 등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정의선 회장의 신경영 효과가 본격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화하는 기업문화도 현대차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쾌속 질주는 현대차·기아가 주도하고 건설·부품 등 주요 계열사들이 대규모 해외 수주를 바탕으로 보조를 맞췄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3분기 합산 매출액은 66조5000억원으로 그룹 상장사 전체 매출의 63.7%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으로 그룹 상장사 내 비중은 80%다.
건설·방산·부품·물류 등 주요 계열사의 성장도 주목할만하다. 각 사별로 추진한 신사업 강화, 판매선 다변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및 밸류 체인 재정비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6월 사우디에서 6조5000억원 규모의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의 3분기 누적 해외 수주액은 12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6.5% 증가했다. 현대로템(064350)은 6월 호주에서 1조원대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철도 사업 중 최대 규모다. 현대모비스(012330)도 지난 8월 폭스바겐과 핵심 전동화 부품 배터리시스템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위아(011210)는 주요 글로벌 메이커들과 총 1조원을 상회하는 규모의 등속조인트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도 지난해 12월 스텔란티스그룹과 약 7000억 규모의 변속기 공급 계약을 맺고 미국 조지아 법인에서 생산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스텔란티스의 SUV 브랜드 지프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스텔란티스·포드·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있고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지난해 9월 글로벌 메이커와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완성차 해상 운송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산업 패러다임 전환, 코로나 팬데믹, 지정학적 리스크, 자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급망 위기, 금융시장 불안정 속에서도 체질 개선, 내실 강화, 신사업 확대 등을 통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현대차그룹 상장사 매출액은 2017년 248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71조7000억원으로 5년간49.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조6000억원에서 23조7000억원으로 123.1% 급증했다. 수치로 보면 매출액은 122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3조1000억원 순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현대차그룹 소속 회사들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올해 초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Baa1인 신용등급이 A3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Baa1 등급에 전망이 '부정적'이었으나 2021년 '안정적'으로 변경됐으며 올해 더 높아진 것이다. 또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3월 말 ‘BBB+’인 현대차·기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수익성과 재무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신용등급 상향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자율주행·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사업의 성장성도 높아 그룹의 쾌속 질주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전용 전기차를 앞세워 전동화에 집중하며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기차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의선 회장의 결단에 따라 E-GMP를 개발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차량·판매·AS 등 자율주행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선도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 자율주행 합작사인 모셔널을 통해 우버와 손잡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 5 기반의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론칭한다.리프트와도 본격 사업 추진을 앞두고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사내 로보틱스랩을 통해 자체 로봇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등 로보틱스 청사진도 구체화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의 경영 기조는 수익성을 추구로 변화했는데 그 효과가 점차 발휘되고 있다”며 “그룹 차원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의사결정이 빨라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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