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관중도 보고 싶고, 데뷔 때와는 다를겁니다"…ML도 탐냈던 재능, 롯데 '천재타자'가 돌아온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024시즌 한 명의 '기대주'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특급유망주' 나승엽이다.
나승엽은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나승엽이 롯데의 유니폼을 입게 되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덕수고에 재학 중이던 나승엽은 지난 2020년 23경기에 출전해 32안타 2홈런 타율 0.386 OPS 1.106으로 타격 재능을 맘껏 뽐내며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나승엽은 당초 메이저리그 입성의 꿈을 안고 미국 무대에 도전할 예정이었는데, 롯데가 2차 2라운드 11순번으로 나승엽의 이름을 호명한 것. 나승엽이 미국 도전을 선언했던 만큼 롯데의 지명권이 소멸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성민규 前 단장의 끈질긴 구애 끝에 KBO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롯데는 나승엽에게 계약금을 무려 5억원이나 안길 정도로 큰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특급유망주의 데뷔 첫 시즌 활약은 조금 아쉬웠다. 나승엽은 2군에서 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2 OPS 0.807을 기록했으나, 1군에서는 60경기에 나서 23안타 2홈런 10타점 16득점 타율 0.204 OPS 0.56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프로 1군'이라는 무대의 벽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일단 나승엽은 프로의 '맛'만 본 뒤 빠르게 군 복무를 해결하기 위해 이듬해 상무 피닉스에 입대했다.
1~2군 간의 실력차는 분명 존재하지만, 상무에서 나승엽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나승엽은 지난해 2군에서 82경기에 출전해 86안타 64타점 60득점 타율 0.300 OPS 0.903을 기록했는데, 특히 홈런이 7개로 눈에 띄게 늘었다. 그리고 올 시즌 또한 84경기에서 92안타 5홈런 57타점 62득점 타율 0.312 OPS 0.869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11월 1일 전역을 명 받았다.
1일 전역한 나승엽은 오는 3일부터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본격 2024시즌 준비에 나설 예정.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나승엽은 "2일이 마무리캠프 휴식일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3일부터 합류해서 훈련을 진행할 것 같다"고 웃었다.
2군에서 성적이 좋아진 배경은 무엇일까. 나승엽은 그동안 상무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연습하고, 박치왕 감독을 비롯한 상무 코칭스태프들을 통해 하체를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등 성장을 위한 끝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하체를 사용하는 방법과 회전력 중심으로 훈련을 많이 했다. 데뷔 첫 시즌에는 너무 소극적이었다. 뭐 하나 잘 된 것도 없었는데, 심리적으로 변화를 가져갔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나승엽은 입단 당시 3루수였지만, 1군에서는 주로 1루수를 맡았다. 포지션 교통정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상무에서도 주로 1루수로 경기에 나섰지만, 훈련 만큼은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했다. 나승엽은 "경기 때는 1루수를 많이 봤지만, 연습은 내야 전포지션을 했다. 2루수와 유격수로도 훈련을 소화했다. 그래도 1루와 3루수가 가장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전 경험이 부족하지만, 내야 전포지션에서 연습을 했다는 점은 향후 롯데에서 나승엽을 조금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될 수 있다.
나승엽이 상무에 있는 동안 롯데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한 뉴페이스들이 합류했고,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사령탑까지 바뀌었다. 나승엽은 이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김태형 감독님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진출하셨던 경험도 있으신 명장이시다. 김태형 감독님 밑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새로운 코치님들도 많이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기대가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나승엽과 입단 동기이자 상무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손성빈은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승엽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마무리캠프에 곧바로 합류한다고 놀리니 좋아 죽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상무에 있을 때가 좋다. 걱정할게 없기 때문이다. 상무에서는 오늘 못하더라도 '괜찮아. 내일 하면 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으면서 야구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나승엽은 호탕하게 웃으며 "올해 (손)성빈이가 1군에서 뛰는 모습을 보니 부럽더라"며 올해 손성빈에게 붙은 '레이저 송구'라는 수식어를 보면서 뿌듯함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성빈이는 내가 상무에 입단했을 때부터 송구가 정말 좋았다. 깜짝 놀랄 정도였다. 내가 입단했을 때는 코로나19로 인해 관중들이 많지 않을 때였는데, 만원 관중이 들어차는 것을 보고 '나도 빨리 1군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상무에 있으면서도 롯데 경기를 빼놓지 않고 지켜봤던 나승엽. 그는 "그동안 롯데의 모든 경기를 챙겨봤다. 올 시즌 초반 독주를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성적이 더욱 아쉬웠다. 내년에 내가 1군에서 뛸 수 있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이제는 마냥 20살도 아니다. 신인 때부터 기대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내가 보여드려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과 연습 경기에도 출전했던 나승엽은 '국가대표'라는 꿈을 향해 도약을 다짐했다. 나승엽은 "국가대표는 야구를 하는 목표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모든 대표팀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며 "비시즌 때 쉬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해서, 내년에는 최상의 몸상태로 스프링캠프 때부터 보여드리겠다. 내년에 1군에서 뛴다면 데뷔 시즌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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