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자도서관 '지혜의 집'…"한국어학책이 제일 잘 나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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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환상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는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을 '우주'에 빗댔다.
그는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이 만든 도서관은 모던하면서도 전통적인 느낌을 줘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다.
도서관 사서 알피 매튜는 최근 연합뉴스를 만나 "학생들이 찾아와 요즘 가장 많이 문의하는 어학서가 아마 한국 어학책일 것"이라며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보다도 문의가 많은 것 같다. 한국 어학책이 제일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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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자=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남미 환상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는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을 '우주'에 빗댔다. 그는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아랍에미리트(UAE) 토후국 샤르자에서 가장 유명한 도서관은 '지혜의집'(House of Wisdom)이다.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 지정을 추진하던 샤르자 정부가 국왕의 명을 받아 2019년 설립했다.
베이징 국제공항 등을 설계한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에 참여했다. 그들이 만든 도서관은 모던하면서도 전통적인 느낌을 줘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다. 30m 높이에 1만2천㎡ 크기의 건물은 15m 정도의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덥고 건조한 중동지역에서 '적당한 크기'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건 건물을 지을 때 필수적으로 반영하는 요소라고 한다.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작된 종이책 30만권, 전자책 100만권이 도서관 서가와 검색용 컴퓨터 저장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한국 책은 별로 없다. 소설이나 인문·사회책 등 일반 서적 가운데 아랍어로 번역된 책은 아예 없고, 이민진의 '파친코'처럼 영어로 번역된 소설 등 49종만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어를 아랍어로 해설하거나 영어로 해설된 이른바 '교과서'는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리고 어학 교과서 가운데서 가장 많이 찾는 책도 한국어책이다.
도서관 사서 알피 매튜는 최근 연합뉴스를 만나 "학생들이 찾아와 요즘 가장 많이 문의하는 어학서가 아마 한국 어학책일 것"이라며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보다도 문의가 많은 것 같다. 한국 어학책이 제일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그는 "요즘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핫한' 문화콘텐츠도 한국이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보면 드라마, 영화 중에 한국 관련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자막을 한국어로 보려고 한다면서 문의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31일 도서관에는 시험 기간이라 학생들이 많았다. 인근 샤르자종합대학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시험 기간에는 4천~5천명, 평일에는 2천~3천명가량이 도서관을 찾는다. 공부하는 학생들 가운데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샤르자종합대학 의대에 다니는 샴사 세드라도 매일 도서관을 찾는다. 의대 1년생인 그녀는 공부로 바빠서 한국 책을 보진 못하지만, 주변에서 많은 친구가 한국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했다. 의대생 대다수도 여성이라고 한다.
"요즘 제 주변에서는 K팝을 많이 들어요. 정국이 대세죠. BTS도 인기지만, 요즘은 정국이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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