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고금리는 오래 이곳에 남아
예상대로 매파적 동결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는 1일(한국 시각 2일 새벽) 끝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두 달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은 2022년 3월부터 11차례 금리 인상 행진을 시작한 후 처음이다.
동결 앞에 매파적이란 표현을 붙인 것은 연준이 올해 마지막 회의가 열리는 12월(12~13일)에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위원 다수가 여전히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보다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시점을 정해두지 않고 금리 인상 필요 여부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파월은 통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었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파월은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FOMC가 현재로선 금리 인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금리 인하에 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통제하기 전까진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7%였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제 성장이 다소 약해지고 고용시장도 조금 가라앉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미국 경제가 호황이라 언제든 인플레이션이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준의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2022~2023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다수 나왔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 현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연준이 당장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도, 낮출 필요도 없다고 봤다.
미 증시 주요 지수는 금리 동결 결정 후 상승 폭이 커졌다. 나스닥지수는 1.64%, S&P500지수는 1.05%, 다우존스는 0.67% 상승 마감했다.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도 하락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 초반 4.912%에서 4.734%로 내려갔다. 미 재무부의 4분기 국채 발행 물량 증가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분석도 장기채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앞서 지난달 중순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세계 금융 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었다.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더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금리 인하 시작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약 1년 후, 빨라도 내년 가을 정도까지는 지금의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최근 한국은행은 미국 고금리가 기대와 달리 더 오래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1990년대 중반 5%대 고금리가 3년간 이어진 상황과의 유사성을 들어, 이번에도 금리 인하는 꽤 느린 속도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봤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장기채 금리 상승이 통화 긴축을 대체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며, 따라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연준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금융시장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여지는 작아졌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주식시장 하락 리스크(위험)는 일정 부분 완화됐다”며 “최근 투자자들이 3분기 실적 발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건 금리 상승 영향이 컸는데, (연준 금리 동결로) 주식시장이 낙폭을 되돌리는 반등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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