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털보씨, 클리퍼스에서는 정착할까?
'까다롭다. 너무 까다롭다' 최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떠나 LA 클리퍼스로 이적한 제임스 하든(34‧196cm)에 대한 평가다. 지난 시즌 이후 하든과 필라델피아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든은 브루클린 네츠를 떠나 필라델피아로 오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일부 양보했다. 다음 계약 때 그만큼의 보상을 받기를 원했지만 팀 입장은 달랐다.
기대했던 것 만큼 가성비가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하든의 성에 차지 않았다. 필라델피아로서는 확실한 우승 보증수표도 아닌 하든에게 무리하지 않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하든은 기분이 상했고 공개적으로 단장을 비판한 것은 물론 트레이드까지 요구하기에 이른다.
결국 시기가 문제일 뿐 함께 하기 힘들 정도로 사이가 악화됐다. 하지만 전성기가 조금씩 꺾여가는 하든의 시장가는 높지 않았고 트레이드는 쉽지 않았다. 여전히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이른바 기둥뿌리까지 뽑아서 데려오겠다는 팀은 없었다. 거기에는 여러차례 팀을 옮기면서 멘탈 이슈까지 불거졌던 부분도 가치를 떨어지게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하든이 새로운 행선지로 선호했던 클러퍼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승을 노리는 입장에서 하든의 합류는 큰 플러스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적정선을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다. 안되겠다 싶은 필라델피아는 적극적으로 하든 트레이드에 나섰다. 어차피 마음이 떠난 노장을 잡고 있어 봤자 팀 분위기만 해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꾸준한 물밑협상이 이어졌고 하든을 비롯, P.J. 터커, 필립 페트루세프를 LA 클리퍼스로 이적시켰다. 반대급부로 받는 것은 마커스 모리스, 니콜라스 바툼, 로버트 코빙턴, 케년 마틴 주니어, 2028년 1라운드 지명권(비보호), 2029년 1라운드 지명권 스왑 권리, 미래 2라운드 지명권 2장이다.
하든을 보낸 대가치고는 약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필라델피아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서로같이 하기 힘들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해버린지라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더 나은 카드를 가져올 공산은 희박했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필라델피아의 가장 큰 수확은 양과 질적으로 스윙맨 자원이 풍부해졌다는 부분이다.
필라델피아를 대표하는 선수는 센터 조엘 엠비드(29‧213cm)다. 그는 팀의 현재이자 미래다. 하든이 있을 때도 팀의 중심은 엠비드였다. 그런 만큼 팀 구성 역시 엠비드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센터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수 있는 스윙맨 자원의 보강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기존 토바이어스 해리스에 더해 모리스, 바툼, 코빙턴 등이 함께하며 슈터, 수비수, 멀티자원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색깔이 가능해졌다. 다만 엠비드는 보통의 센터와 달리 내외곽을 오가며 본인이 스윙맨처럼 플레이할 때가 많다는 점에서 시너지효과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만약 니콜라 요키치였다면 빅윙 군단과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을 것이다.
하든의 영입으로 클리퍼스는 더욱 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클리퍼스는 카와이 레너드(32‧201cm)와 폴 조지(33‧203cm)라는 공수겸장 포워드가 원투펀치 역할을 맡고 있는 가운데 지난 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 러셀 웨스트브룩(35‧191cm)이 합류했다. 여기에 하든이 추가된지라 이름값만큼은 리그 최강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너드는 현 NBA 스타 플레이어 중 가장 평가가 어려운 선수로 꼽힌다. 극강의 수비력에 공격력까지 겸비한 그는 리그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3번이다. 플레이의 밸런스, 좋았을 때의 기량만 놓고 보면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등과도 비교될만하다. 하지만 현재 레너드의 위치는 그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결장 횟수가 많고 그로 인해 누적기록 등에서 많이 밀리기 때문이다. 기량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겠으나 ‘부상만 없다면!’, ‘건강한 레너드는…’ 등의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출장횟수, 누적기록 등에서 아쉬움이 있음에도 레너드는 리그 최고의 스몰포워드로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단점을 덮어버릴 만큼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준 이유가 크다. 그는 이전 소속팀 샌안토니오 스퍼스, 토론토 랩터스에서 각각 한번 씩의 우승을 경험했는데 두 번 모두 파이널 MVP를 거머쥐었다. 정규시즌에서도 잘했지만 플레이오프, 파이널 등 큰 경기에서 유독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건강한 레너드가 어떤 존재인지를 제대로 인식시켰다.
파이널 우승이 간절한 클리퍼스 역시 우승청부사의 역할을 기대하고 레너드를 데려왔다. 레너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지 또한 영입했다. 문제는 건강 이슈다. 레너드와 조지는 건강만 보장된다면 보스턴 셀틱스의 공수겸장 양날개 제이슨 테이텀(25‧203cm)과 제일런 브라운(27‧196.2cm)이 부럽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칼도 뽑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레너드와 조지는 크고 작은 부상이 많은 선수답게 클리퍼스에서도 건강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나서기만 하면 기본 이상은 해주는 선수들이지만 늘 몸상태 불안을 시한폭탄처럼 달고 다닌다. 그런 점에서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상당 부분에서 클리퍼스에 안정감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플레이 스타일에서는 찰떡궁합은 아니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자신이 볼을 오래 잡고 뛰어야 경기력이 올라가는 헤비 볼핸들러 유형이다. 동료를 살려주기보다는 본인이 살아야 신바람이 난다. 물론 클리퍼스 역시 이를 모를리 없다. 때문에 둘이 같이 뛰기보다는 서로 시간을 조절해 따로 야전사령관으로 활약하는 모습도 예상된다.
그럴 경우 경기내내 안정적인 경기력 유지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레너드와 조지가 부상 등으로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도 전력이 급격하게 추락하는 경우는 없을 듯 하다. 최악의 경우 두 포워드가 모두 빠진다해도 웨스트브룩과 하든의 투가드 시스템으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에너지 레벨이 넘치는 웨스트브룩과 세트오펜스에 강점이 있는 하든 조합은 시즌 내내는 힘들더라도 적절하게 조절만 해준다면 또 다른 무기로 위력을 떨칠 수도 있을 것이다는 평가다. 물론 최상은 이름값에 걸맞게 이들이 ‘판타스틱4’가 되어주는 것이겠다. 이러한 기대치가 반영된 영향일까? 로이터통신은 스포츠 베팅업체 베트리버스와 드래프트킹스를 인용한 보도에서 하든 영입전 우승확률이 12위였던 클리퍼스가 현재는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데뷔한 하든은 휴스턴, 브루클린, 필라델피아를 거치는 동안 늘 팀과 트러블이 있어왔고 자신이 먼저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혼자만의 잘못은 아닐 수 있겠지만 단 한번도 거쳐간 팀과 좋게 마무리가 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특유의 까다로움이 느껴진다. 과연 클리퍼스에서는 정착이 가능할까?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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