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허위 인터뷰' 수사 제자리걸음…포렌식만 두달째 왜?
(서울=뉴스1) 이장호 황두현 기자 = '대선 개입 허위 보도' 의혹 수사가 여러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의혹의 시발점이 됐던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는 두 달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팀까지 꾸린 검찰이지만, 의혹에 중심에 있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압수물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장비 분석 등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 작업이 이례적으로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사가 답보 상태인 채로 시간만 흐르고 있다.
◇ 두달째 계속되는 포렌식…신학림 포렌식 참관 약 19회 신 전 위원장은 전날(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포렌식 작업 참관을 위해 출석했다. 신 전 위원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처음 압수수색을 당한 9월1일 이후 19회가량 포렌식 참관을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포렌식 작업 지연으로 신 전 위원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직후인 9월7일 신 전 위원장을 불러 피의자로 조사했지만 이후에는 계속 포렌식 작업만 진행하면서 두 번째 피의자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포렌식 작업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의 휴대전화와 외장하드를 압수했었다. 신 전 위원장 외장하드에 약 10년치 자료가 들어있어 양이 상당하지만, 이 같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포렌식 작업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평가다.
형사 전문 한 변호사는 "압수물의 양에 따라 포렌식 작업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대체로 포렌식 작업 완료까지 2~3주 걸리고, 피의자가 참관할 수 있는 포렌식 작업은 며칠 안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달 4일 법원에 "검찰이 압수한 전자기기를 돌려달라"며 압수물 환부에 관한 처분 취소·변경을 구하는 내용의 준항고를 제기하기도 했다. 준항고는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나 변경을 요구하는 절차다. 아직 법원 결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신 전 위원장은 이날 "검찰의 포렌식 작업이 언제 끝날 것 같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제가 결정할 게 아니다"라며 포렌식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책임이 검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 전 위원장 측이 참관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참관했다가 개인적 일정으로 연기하는 등 신 전 위원장의 비협조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가 방대하고 절차 과정에서 이의제기 등이 있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사 지연 위해 포렌식 참관 절차 최대한 이용 분석도
이 같은 이례적 장기간 포렌식 작업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신 전 위원장이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포렌식 참관 절차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신 전 위원장의 발언은) 검찰이 자신의 압수물을 증거로 쓰는 걸 포기하라는 취지로 읽힌다"고 평했다.
검찰은 포렌식 절차 지연과 상관없이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신 전 위원장과 김씨의 공모를 입증하려면 유력한 물증이 될 수 있는 신 전 위원장의 압수물 분석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포렌식 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수사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전 위원장은 2021년 9월15일 김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뒤 6개월이 지난 후 뉴스타파에 녹취록을 건네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허위 내용이 보도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 녹취록을 토대로 20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22년 3월6일에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범죄를 덮고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무마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신 전 위원장은 김씨에게서 인터뷰를 보도해주는 대가로 1억6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에 대해 신씨는 직접 집필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권의 책값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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