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의 명품자랑, 이대로 괜찮을까?[스경연예연구소]

강주일 기자 2023. 11. 2. 07: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들의 개인 유튜브와 SNS캡처.



최근 연예인 유튜브 채널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스타들의 ‘명품 자랑’ 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플렉스’ 소비 문화를 조장하고 일반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SNS 속 ‘명품 자랑’은 사기 등 범죄를 위한 수단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 29일 가수 겸 배우 손담비의 유튜브 채널 ‘담비손’에는 ‘손담비 애장품 : 악세사리 콜렉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는 “좋아하는 액세서리들을 갖고 왔다”며 자신의 액세서리함을 갖고 나와 C사의 반지를 꺼냈다.

손담비 유튜브 채널 캡처.



그는 “이 브랜드의 가격이 사악하다”면서도 팔찌를 또 꺼냈다. 그러면서 “팔찌는 사 놓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산지 좀 오래됐지만, 2~3배가 올랐다. 지금은 900만원 정도까지 올랐다”며 일명 ‘샤테크’(샤넬 재태크)에 성공한 것을 뿌듯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배우 오윤아 유튜브 캡처.



배우 채정안 유튜브 캡처.



지난 4월 배우 오윤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Oh!윤아’ 에서 ‘명품 가방 월드컵’을 진행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명품 가방들을 꺼내 어떤 제품을 가장 애정하는지 그 이유를 들며 선택하는 게임이다.

배우 채정안은 유튜브 채널 ‘채정안 TV’에서 명품 마니아임을 드러내놓고 자랑한다. 가방을 여러개 펼쳐놓고 ‘여배우 생활 중 가장 많든 입문자를 위한 뽕 뽑는 명품백 추천’ 등의 콘텐츠를 통해 시선을 끄는가 하면, 명품 쇼핑몰을 쇼핑하는 모습을 담은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도 선보였다.

연예인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명품 공개를 하는 것은 대리만족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채널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함도 있지만, 이미지 메이킹용이 더 크다. 직접 입고 쓰는 것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고급 브랜드 행사나 광고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수 아이비 유튜브.



배우 박준금 유튜브 캡처.



가수 아이비는 자신을 자칭 ‘P사 마니아’로 칭하며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다. 배우 박준금은 명품 옷을 언박싱(새로 산 제품을 카메라 앞에서 개봉하는 것)하는 것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팬 층을 끌어안는데 성공했다.

배우 이시영, 티아라 출신 효민 등은 SNS 인스타그램에서 대놓고 명품을 자랑하기로 유명하다. C사, D사, G사, S사, L사 등 각종 브랜드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두르고 나온 사진을 올리는 것도 다반사이고, 명품 반지를 낀 손을 잘 보이게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배우 이시영 SNS캡처.



가수 겸 배우 효민 SNS캡처.



‘원조 샤넬’로 불리는 50대 고소영의 SNS속 명품 과시도 빼놓을 수 없다. 엘리베이터 속 거울 셀카를 통해 그의 어깨에 둘러져 자연스럽게 찍힌 명품 가방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명품을 자랑하는 스타들의 연령은 날이갈 수록 낮아지고 있다. 20대 배우인 고민시도 SNS에 명품 사진을 자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식사 중인 테이블 위에 자연스럽게 명품 가방을 올려놓거나 명품 로고가 적힌 쇼핑백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형식이다.

이처럼 스타들이 과시하는 소위 말하는 ‘명품’은 몇백만원대에서 수천만원대에 이른다. 심지어 억대 가방도 존재한다. 이들이 능력이 있어 비싸고 좋은 물건을 구매하고 자랑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명품을 좋아하고 갖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스타들처럼 고가의 제품을 다양하게 사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배우 고소영. SNS캡처.



배우 고민시 SNS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세계 명품 시장에서 ‘큰 손’이다. 지난 1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0만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약 20조 9000억)으로 추산됐다.

젊은층의 모방심리를 통한 지속적인 명품 구매는 비합리적이고 충동적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대학생은 물론 구매 능력이 전혀 없는 10대의 명품 소비가 점점 늘고 있다는 통계는 안타깝다. 부모들의 등골을 빼먹다 못해, 청소년들이 명품을 사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는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팬들과 자연스러운 일상을 공유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이들을 비난할 권한도 없다. 그러나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스타들의 무분별한 명품 자랑 콘텐츠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청조 사기 사건’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전씨는 남현희에게 고가의 명품백과 수억짜리 외제 승용차를 사주며 이를 SNS에 과시하도록해 자신을 믿게 만들고 더 많은 사기 피해자들을 양산시켰다. 이 같은 ‘희대의 사기’는 명품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낳은 비극이 아닐까.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