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상승에 '금융 긴축' 언급한 파월…시장은 12월 동결 '베팅'
성명서에도 처음으로 "더 긴축된 금융 환경" 거론
페드워치, 12월 금리동결 가능성 80.2%로 급등
인상 여지 남겨…"금리인하 전혀 고려치 않는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여름 이후 장기국채 금리(수익률)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 금융 여건의 지속적인 변화는 통화정책 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비둘기 신호를 내보냈다.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매파적 동결’ 스탠스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금융 여건이 긴축으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금융여건이 분명히 긴축됐다고 말할 수 있고 소비자와 가계, 기업이 지불하는 차입비용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채금리 상승을 비롯해 강달러, 주가 하락 등 광범위한 금융시장 여건이 향후 우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이 최근 급등한 국채금리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점은 FOMC 성명서에서도 나왔다. 성명서는 “가계와 기업의 더 긴축된 금융 및 신용 환경은 경제 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 성명에서는 “더 긴축된 신용 환경”만 언급했던 데서 금융 환경도 더 긴축됐다는 내용이 추가된 셈이다.
실제 최근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돌면서 금융상황은 매우 긴축적으로 변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8%를 웃돌았고, 뉴욕증시는 석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채금리 상승이 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효과 못지 않게 시장을 긴축적으로 만들었다는 게 시장과 연준의 평가였다.
시장은 12월 금리동결 가능성에 베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의 80.2%는 12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베팅했다. 전날 68.9%보다 대폭 높아졌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할 잠재적 리스크는 있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기준이 더 높아졌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면서 “연준이 두 차례 연속 추가 긴축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러한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수석 전략가인 시마 샤는 “금융여건을 강조한 것은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의향이 거의 없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휘트니 왓슨 채권 및 유동성 솔루션 담당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양방향으로 위험은 존재한다.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 기대가 오르고, 강한 경제 활동과 결합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금리 인상 영향이 커지면서 경기둔화가 더욱 뚜렷해지면 금리인하로 전환하는 일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연준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지는 여전히 남겼다. 치솟은 장기금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신중히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힌 데다 인플레이션과 싸움을 끝낼 만큼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확신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인상 중단 신호를 줄 경우 시장에서는 그 때부터 금리인하 시점만 고려하게 되고 여전히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름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몇 달간의 좋은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쌓기 위해 필요한 시작일 뿐이다”며 “인플레이션 하락세에 대한 확신을 가질 때까지 제약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및 노동시장이 더 둔화하지 않으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며 “앞으로 추가 긴축이 필요할지 회의 때마다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물가, 고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시장이 다시 뜨거워질 경우 추가 긴축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또 두차례 금리동결로 추가 인상가능성이 사라졌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한다고 해서 다시 인상하는 게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세를 띄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연준도 성명서에서 최근 경제활동을 강한(strong)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존 견조한 속도(solid pace)보다 강한 표현이다. 이는 최근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4.9% 증가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성명서는 “최근 지표에 따르면 3분기에 경제활동이 강한 속도로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용 증가세는 연초 이후 완화됐으나(moderated) 여전히 강세이며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파월은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연준이 늘 밝혀왔던 ‘더 높이 더 오래’(Higher for Linger)는 아니더라도 ‘더 오래(longer)’는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위원회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현재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금리 인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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