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생이 말하는 2014 세월호 그 이후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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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10분 전, 극장 문이 열린다.
그사이 시원의 질문은 꼬리를 물면서 깊어졌다.
그때 시원이 했던 질문과 말, 상상을 담은 연극 〈2014년생〉이 기획됐다.
송김씨는 "시원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우리는 세월호와 그 이후의 일들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기획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아동·청소년들의 안전과 인권을 위한 행동이 적극적으로 실천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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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10분 전, 극장 문이 열린다. 아무 자리나 편한 곳에 앉으면 된다는 안내와 함께 백송시원 양(9)이 쪼르르 달려 나온다. 앞으로 한 시간 반 동안 연극 〈2014년생〉을 이끌어갈 주인공, 2014년에 태어난 어린이 배우다. 시원은 객석과 무대를 뛰어다니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다가 끝말잇기를 제안한다. 관객이 말을 잇지 못하면 웃으며 기다려주고,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나오면 몸짓으로 힌트를 준다. 객석에 불이 꺼지고 무대조명이 켜지면 시원의 표정이 바뀐다.
“엄마, 세월호는 왜 바다에 빠졌어?” 시원이 여덟 살 되던 해, 엄마 송김경화씨(39)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연극을 통해 불평등, 노동,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온 연출가 송김씨도 딸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자신이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잘 알고는 있는지, 애초에 시원이 어디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와서 묻는지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사이 시원의 질문은 꼬리를 물면서 깊어졌다. “왜 학생들이 배에서 나오지 못했어? 노란 리본은 뭐야? 빨갱이가 무슨 뜻이야?”
송김씨는 설명 대신 시원과 여행을 했다. 안산 기억교실-진도 팽목항-목포신항 등 세월호의 장소를 찾았다. 그때 시원이 했던 질문과 말, 상상을 담은 연극 〈2014년생〉이 기획됐다. 연극은 시원이 경험한 일부터, 각종 참사와 사고 당사자들이 겪은 이야기들을 그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전달한다. 송김씨는 “시원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우리는 세월호와 그 이후의 일들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기획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아동·청소년들의 안전과 인권을 위한 행동이 적극적으로 실천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원의 대사 일부에는 여러 참사와 사고 횟수, 희생자 숫자 등 각종 수치가 나열된다. 시원은 단순히 대사를 외워 읊지 않는다. 연기 훈련을 따로 받아본 적도 없지만 감정을 실어야 할 곳, 힘주고 강조할 곳을 명확히 알고 있다. 어떻게 공부하고 연습했는지 묻자 시원은 ‘수치’가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숫자’라고 바꿔 말해주자 이렇게 답했다. “(희생자) 숫자 하나, 하나가 한 명, 한 명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언니 오빠들을 상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고 알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습했어요.”
관객도 연극의 일부다. 이야기가 진행되려면 관객의 참여가 필요하다. 시원은 공연 중 관객들에게 작은 ‘일거리’를 던져준다. 누군가에게는 일거리가 큰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원이 유도하는 연극 참여를 ‘자연스럽게’ 외면하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관객들이 만든 결과물은 극의 결말에 이르러 하나의 장치이자 상징이 되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뒤늦게 알아차린 일부 관객은 공연이 끝난 후 그 장치를 한참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극 〈2014년생〉은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무료로 공연했다. 다음 공연은 세월호 10주기인 내년이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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