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中 게임 무시하던 시절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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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 외벽에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광고판'이 부착돼 있었다.
게임 굿즈를 판매하는 한 대형 상점에 들어가보니 일본 게임 만큼이나 중국 게임 굿즈도 가득차 있었다.
구글 재팬에서 일본 앱 시장 분석을 맡고 있는 관계자는 "한국 게임들도 일본 시장에서 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인기 있는 중국 게임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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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 외벽에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광고판’이 부착돼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한 일본인 여학생은 광고판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한 관광 가이드는 역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아키하바라 지역을 소개하며 블루 아카이브 광고판을 가리키기도 했다. 타지에서 한국 게임을 만나 반가웠던 마음도 잠시, 큰 길가로 나오자 중국 게임의 자본력에 압도당하는 듯 했다. 500m 거리의 대로 양옆 건물들이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원신’ ‘스타레일’ 등의 광고판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게임 굿즈를 판매하는 한 대형 상점에 들어가보니 일본 게임 만큼이나 중국 게임 굿즈도 가득차 있었다. ‘한국 게임은 인기가 있느냐’고 묻자 선뜻 대답을 못했던 상점 직원은, ‘원신은 어떻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서브컬처 게임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중국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구글 재팬에서 일본 앱 시장 분석을 맡고 있는 관계자는 “한국 게임들도 일본 시장에서 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인기 있는 중국 게임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의 인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구글 재팬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일본 게임 시장에서 해외 게임 비중은 3분의 1로 집계됐다. 일본 게임 유저들이 해외 게임에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인기를 끄는 해외 게임들은 출시된 지 2~3년 정도 된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30개 모바일 게임 중 19개는 일본 게임이었고, 7개가 중국 게임이었다. 원신도 여기에 포함됐다. 한국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W뿐이었고 이외에는 미국 나이언틱의 포켓몬 고, 러시아 플레이릭스의 홈이스케이프가 있었다.
원신은 출시 3년이 넘도록 장기 흥행하며 일본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뒤바꾼 상징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기존 중국 게임들은 해외 게임을 무분별하게 표절하는 일이 빈번했고, 과금 유도와 더불어 짧은 서비스 기간 때문에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 게임이 한국 게임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2017년부터 본격화된 ‘한한령’ 이후 중국 게임은 무섭게 치고 올라왔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도 원신에 대한 호평이 많다. 원신과 블루 아카이브는 게임 플레이 방법이 완전히 다르지만 같은 서브컬처 장르라는 점에서 종종 비교된다. 원신은 무과금으로도 게임 자체를 즐기는데 큰 문제가 없다. 가볍게 즐기려면 월 정액제로 30일에 7500원짜리만 구독해도 괜찮다는 평가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는 전형적인 수집형 게임인 만큼 고성능 장비 등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과금 요소가 상대적으로 높다.
중국 게임은 게임성과 기술 면에서 선진국을 상당 부분 따라잡은 것은 물론이고 막대한 자본력까지 갖고 있다. 예전처럼 무시해도 되는 상대가 아니다. 다른 K-콘텐츠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한국 게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한국 게임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지나친 과금이나 표절 같은 해묵은 논란을 떨쳐 내고, 글로벌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변지희 테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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