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적임(適任)과 적시(適時)로 빛난 이장우 시장의 e스포츠
2004년 7월 17일 부산 광안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으로 뜨거웠다. 지역 최초로 열리는 이스포츠(eSport) 이벤트가 과연 서울만큼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할까란 우려와 달리 10만 명의 관객이 백사장에 끝도 없이 늘어선 좌석을 꽉 채웠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 '괴물테란' 최연성, '악마토스' 박용욱, '경락 마사지' 박경락 등 당대를 주름잡는 선수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플레이에 사람들은 열띤 응원과 환호를 보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광안리 개최는 아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지만, 초대박 성공을 거뒀다. 이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여름 결승전은 2010년까지 내리 7년 동안 광안리에서 열리게 된다. 2004년 10만 명을 제외하고 평균 3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광안리 스타리그는 '광안리 대첩'이라는 별명과 함께 이스포츠 역사에서 큰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게임의 불모지였던 부산은 어떻게 됐을까? 광안리 대첩을 통해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획득하게 되고, 여세를 몰아 2009년 우리나라 최대의 게임쇼 'G스타' 유치에 성공한다. 이후 2011년 일산, 대구와의 유치 경합에서 승리하고, 2014년 서울에 버금가는 게임산업 메카인 성남마저도 물리치며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G스타는 14년 동안 부산 벡스코(BEXCO)의 11월을 장식해 왔고, 2028년까지 유치가 유력하다. 더불어 2013년에는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에 대한 등급을 부여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부산에 자리 잡으며 인증·평가 인프라를 확보한다. 2015년에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산하 글로벌게임지원센터를 별도로 설립하면서 전략 산업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현재 139개의 기업이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스포츠 경기를 보려고 모인 관객에서 비롯된 나비효과로 부산은 제2의 게임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23년 8월 20일, 대전컨벤션센터도 뜨거웠다. 2009년 출시 이후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어 국민게임으로 사랑받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린 것이다. 연봉 70억원의 '페이커'(Faker) 이상혁, '제우스'(Zeus) 최우제, '쵸비'(Chovy) 정지훈, '케리아(Keria)' 류민석 등 항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도 발탁된 최고의 선수들이 대전을 찾았다. 3일 동안 개최된 행사에는 이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2만 명의 관객들이 모였다. 이 중 80%가 외지인이었고, 전 세계 300만 명의 게이머가 생중계로 대전에서 열린 결승전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대전에서 이스포츠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끝맺음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적임(適任)과 적시(適時)를 꼽아볼 수 있다. 이번에 개최한 '롤 챔피언십 코리아'(LCK)는 메이저급 경기라서 관객 수가 기본적으로 보장된다는 측면과 더불어 현장 경기가 아예 없었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재개된 현장 경기였기 때문에 '이스포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기적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은 치열했다. 대전은 광주, 경주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지난 5월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다.
대전은 아직 '게임'과 '이스포츠'라는 키워드에 생소하다. 사전 경험이 없는 새로운 사업에 4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과감하게 편성하고 도전해 성공을 거둔 실무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실무자가 이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가능성을 내다봤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취임 초기 파격적인 인사시스템을 예고했었다. 이장우 시장은 당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책임은 시장이 질 테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며 승진에 연공서열을 따지 않을 것을 공언했다. 이는 이스포츠 대회의 성공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이장우 시장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적임자를 적소에 임명했고, 이 적임자는 의지를 가지고 도전해 적기를 잡아냈다. 대전의 이스포츠는 이번 행사의 성공으로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스포츠는 관객을 모은다. 사람이 모이면 콘텐츠가 된다. 콘텐츠는 다시 사람을 불러 모은다. 이 과정이 지속해서 몇 번 반복됐을 때 어떤 나비효과가 나타날지 벌써 기대된다. 원은석 목원대 스톡스대학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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