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그 작품 좀 치워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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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에게서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세계적인 햄버거체인점 로고의 색상에 관한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파리의 중심부에 자리한 체인점의 로고 및 상호를 파리시 당국의 요청에 의해 특유의 노란색을 버리고 흰색으로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도심의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파리시 당국의 집요한 설득과 압력(?)으로 체인점은 고유의 색상을 포기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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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에게서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세계적인 햄버거체인점 로고의 색상에 관한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파리의 중심부에 자리한 체인점의 로고 및 상호를 파리시 당국의 요청에 의해 특유의 노란색을 버리고 흰색으로 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미적 감각에 대한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으나, 일개 체인점의 로고와 상호의 색상에 대한 당국의 규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호하다. 색상을 하나 바꾼다 해서 도시의 이미지가 더 나아질까에 대한 의구심도 뒤따른다.
상호의 맨 앞 글자 알파벳의 곡선미를 살린 노란색 디자인의 로고는 어디에서든 눈에 잘 띠는 특성으로 햄버거 맛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로고만큼은 누구에게나 각인돼있을 만큼 뛰어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기에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도심의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파리시 당국의 집요한 설득과 압력(?)으로 체인점은 고유의 색상을 포기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미적 감수성, 가치, 의미는 시시각각 변화하기 마련이고, 인종별로도 제각각이어서 그에 대한 호오를 따지기에는 실로 첨예해 왈가왈부하기 쉽지 않다.
옛 속담에 "평양감사도 저하기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나 좋아보여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는 그만큼 개인의 주관성을 존중해주고, 가치의 다양성이 있음을 돌이켜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아무리 유명하고, 세계적이라 한들 내 눈에 거슬리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파리시 당국 관계자의 단호한 판단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1981년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가 제작한 길이 36m, 높이 3.6m, 무게 73t의 위용을 뽐내는 거대한 강철조각 '기울어진 호(tilted arc)'의 스토리다. 광장 한 복판에 설치됐던 그 작품은 그곳을 지나다니던 수많은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도시의 경관을 헤침은 물론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공간의 기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철거를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 뉴욕 페더럴 플라자에 설치된 엄청난 규모와 막대한 제작비용이 들어간 그 작품은 10여 년간에 걸친 열띤 TV토론 및 법정 공방 끝에 자취를 잃었다.
당시 리차드 세라는 미술계, 특히 조각미술계에서는 당대최고의 작가라 해도 무방할 만큼 독창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던 세계최고의 조각가다. 그토록 명성이 자자한 예술가의 작품에 대해 일반시민을 비롯한 몇몇이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나 싫으면 그만'이라는 당당한 주장을 하는 미적가치의 판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통상 유명 작가의 작품이니 웬만하면 그런대로 넘기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 또는 반응이 아닐까 한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수많은 작품들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작품들 감상의 주된 포인트는 대개 작품자체의 미적가치보다는 작가의 유명세에 눌려 의존하지는 않는 건지 냉철히 따져보며 감상하는 적극적인 감상태도가 요구된다. 나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주관적인 미적감수성을 고취시키려는 각자의 노력은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는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영호 목원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미술학부 서양화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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