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단장 할 인물” 엘리트 롯데맨의 귀환...박준혁 단장, 프런트 내실과 비전을 말하다
[OSEN=조형래 기자] “언젠가는 단장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지난 1일 선임된 박준혁(43) 롯데 자이언츠 신임 단장을 향한 평가였다. 2007년 롯데그룹으로 입사한 이후 국제업무 마케팅 운영 홍보 인사 등 구단 내 주요 보직의 실무진을 담당하면서 역량을 보여줬다. 영어와 일본어 모두 능통해서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업무 제휴 체결 당시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또한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서도 감각을 발휘했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야구 명문 부산고가 모교였기에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선수단 관련 업무에서도 객관적이고 또 원만하게 운영을 펼칠 수 있었다. 여기에 롯데 그룹과도 가교 역할을 하면서 야구단과 그룹 간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자이언츠 야구단의 엘리트 사원이었다. 때로는 냉정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냉정함이 객관적인 업무 능력으로 이어졌고 차기 단장 후보로 꼽혔다. 야구단 내에서 탄탄대로의 길을 밟아온 인물이 지난해 돌연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놀란 것은 당연했다. 이후 자신의 사업의 꿈을 펼쳤고 올해 커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하는 무역 기업의 CEO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퇴사 이후에도 심심치 않게 사직구장을 찾으면서 롯데 야구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실무진 시절에도 언제나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강해질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던 인물이었다. 이런 ‘엘리트 롯데맨’이 단장 자리에 앉았다.
43세의 젊은 단장을 선임한 건 롯데그룹의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룹은 성민규 단장이 물러난 이후 혼돈의 상황을 정리할 수 있고 지난 4년의 실패를 수습할 수 있는 적절한 인물이라고 판단을 했다.
롯데 구단은 공식 발표 보도자료에서 “박준혁 단장이 롯데자이언츠 출신으로 육성 기반의 선수단과 경쟁력 있는 프런트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지속적인 강팀으로 만들기 위한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선수단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해외 구단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단장 선임 발표 이후 연락이 닿은 박준혁 신임 단장은 “지난 10월 초에 그룹과 단장 인터뷰를 했다. 그때 인터뷰를 하서 제가 본 구단의 모습,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들을 말씀드렸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부터 ‘박준혁 단장설’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지난달 20일에 공식 선임된 김태형 신임 감독과도 꾸준히 소통했고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김태형)감독님은 합리적이신 분이다. 오늘도 통화를 했다. 얘기도 많이하고 논의도 많이 한다. 독단적인 결정은 없었다. 함께 고민하고 논의를 하는 과정을 거쳤다. 나 역시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했고 서로 합의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준혁 신임 단장은 구단이 더 강해지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프런트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단장까지 올라온 만큼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는 “보통 선수를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저는 프런트의 역량 강화를 더 생각했다. 신입사원부터 단장까지 올라온 사람은 아마 제가 처음일 것이다. 여러 부서를 맡으면서 어떤 부서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라며 “부족한 부분들이 있으면 능력을 높이고 효율화 시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출근을 하게 되면 다시 파악을 다시 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인원 재배치, 외부 영입도 고려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결국은 프런트가 역량을 가지고 전문가 조직이 되어야 한다. 선수를 뽑고 육성을 하고, 코치들을 키우고 좋은 코치들을 모시고 오는 것도 모두 프런트가 하는 것이다”라면서 “저 한 사람의 힘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프런트 개별적인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면서 프런트가 전문성을 가져야 팀도 강해질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강팀을 만드는 것은 성민규 전 단장도 외쳤던 말이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물러나야 했다. 구단 차원의 뚜렷한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는 듯 했지만 이 비전은 그리 굳건하지 못했다. 박 신임 단장은 다시 방향성과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하고 롯데만의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단 내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한 만큼 좀 더 세심하게, 확실하게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 구단은 계속 바뀌어 왔다. 사람이 바뀐다고 바뀌는 게 문화가 아니다. 사람이 바뀌면서 문화가 바뀌니까 어떻게 기준을 잡고 갈 건지 헤맸다”라며 “감독님이 바뀌고 단장이 바뀐다고 해서 그 문화나 전통이 바뀌면 안된다.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지킬 수 있는 우리 구단 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육성으로 귀결되는 말이었다. 박 단장은 “한국은 결국 아마추어 스카우트에서 선수를 뽑아서 2군에서 육성시켜서 1군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비율이 엄청 높다. 미국처럼 트레이드가 활성화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이너리그 FA 등으로 선수를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라며 “우리가 키워서 성장을 시키는 수밖에 없는데 사람에 따라서 방법이 움직이면 문제다. 내가 없더라도 육성을 중심으로 한 팀을 만들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나도 이제 좀 더 구체화 시켜야 한다. 선수를 키우는 방식도 매뉴얼화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게 되어야 지속 가능한 강팀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초부터 단장 선임 작업이 시작됐고 김태형 감독이 선임된 이후에는 박준혁 단장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다만, 롯데그룹은 더 냉정하고 꼼꼼하게 검증했다. 그룹에서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지만 검증 과정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에는 구단의 살림을 이끌어가는 단장 자리가 중요하다고 봤다.
박 단장도 자리에 대한 무게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또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 그만큼 준비도 했다. 그는 “자기 객관화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무엇을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라면서도 “이 자리의 무게감을 잘 알고 있고 고민한다.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다시 돌아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랜차이즈 CEO 신변을 정리한 박 신임 단장은 2일부터 다시 사직구장으로 출근해 롯데 재건과 체질개선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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