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 힘 싣는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는?

이현주 기자 2023. 11.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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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현대차·SK, 대표이사=이사회 의장…'효율·책임경영'
"이사회, 경영진 주요 결정 반대 안해"…'사외이사=거수기' 비판도
[파리=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현지시간) 파리 인근 이시레물리노 팔레 데 스포 로베로 샤팡티에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최 회장의 목발을 들고 대화하고 있다. 2023.06.21.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의 이사회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주요 계열사들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돼 있는 삼성과 SK는 최근 그룹 계열사 이사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각종 조치를 취하며 이사회 역할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LG와 현대차는 기업 결정 효율성 및 책임 경영을 위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삼성SDS는 최근 '선임(先任)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선임사외이사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선임사외이사 도입을 검토한다. 해당 계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호텔신라, 에스원, 제일기획 등 6개사다.

삼성 측은 이와 관련 "이재용 회장이 평소 강조해 왔던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주력 계열사는 이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 2017년 4월부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 7개사도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SK그룹도 이사회 위상 강화를 통한 투명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SK는 하이닉스를 비롯해 텔레콤, 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 대부분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SK는 지난달 31일 SK 14개 관계사 사외이사 60여명이 참석하는 '디렉터스 서밋 2023'를 개최했다. 행사에 직접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이사회는 CEO(최고경영자)가 균형감이 있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활동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사외이사들이 지배구조의 주요 축으로서, 그룹 경영 아젠다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SK 사외이사들은 각 관계사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독 기능 확대를 위해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가 회사 내부 감사기구를 직접 감독, 경영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이사회가 수립한 정책과 규정에 맞춰 경영진과 구성원이 투자 및 경영 관련한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서울=뉴시스]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대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0.06.22. photo@newsis.com

정의선·구광모, 이사회 의장 겸직…"효율·책임성↑"

이와 달리 LG와 현대차 등 기업 상당수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경우 경영 감독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다. 현대차 측은 "그룹 회장으로서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및 경영 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다각화되는 당사의 사업 영역을 두루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업 전반에 전문성을 가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이 의사결정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이사회는 정 회장 포함 장재훈·이동석·호세뮤뇨스·서강현 등 5명의 사내이사와 윤치원·유진오·이상승·심달훈·이지윤·장승화·최윤희 등 7명의 사외이사를 합쳐 12명으로 구성된다.

LG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LG의 이사회 의장을 구광모 회장이 맡고 있다. 이사회는 구 회장을 비롯해 권봉석 대표이사 부회장, 하범종 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한종수·조성욱·이수영·박종수 4명의 사외이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LG 측은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효율적이고 책임있게 운영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의 사외이사 제도 자체가 한계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사외이사는 기업 및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본연의 목적이 있지만 우리 기업 사외이사들의 경우 대부분 해당 기업에 호의적인 인사들이 임명된다는 것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우리나라 기업, 특히 대기업의 경우 장관이나 대법관 출신 등 타이틀 위주가 대다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데 사외이사 역할 강화가 투명 경영에 있어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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