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솔로' 희진 "정병기 대표, 제가 제일 많이 변했다고 하셨죠"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3. 11.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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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데뷔 7년 만에 첫 솔로 앨범 '케이' 발매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빠르게 다가온 솔로 데뷔
타이틀곡 '알고리즘', 80년대 서양 팝 사운드 복각해 K팝 스타일로 소화
수록곡 포함해 총 4곡 작사, 앨범 구성과 디자인에도 의견 내
이달의 소녀 시절 밸런스 역할…"대중도 제 존재 아셨으면"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모드하우스 사무실에서 희진을 만났다. 모드하우스 제공
데뷔 전부터 업계에서 어마어마한 규모로 화제가 '이달의 소녀'(LOONA) 프로젝트. 그중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 멤버가 바로 희진이었다. 통통 튀는 느낌의 '비비드'(ViViD)를 낼 때만 해도 희진은 만 16세에 불과했다. 그룹으로 사랑받았고, 뜻하지 않는 전속계약 분쟁을 겪은 후 새 소속사를 찾았고, 다시 아르테미스(ARTMS)라는 그룹의 멤버가 된 희진. 데뷔 7년 만에 어쩌면 가장 '큰' 도전을 했다. 바로 '솔로 데뷔'다.

이달의 소녀 시절부터 능력치가 고루 높다는 의미의 '육각형 아이돌' '올라운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희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언젠가'라고 다소 막연하게 잡았던 '솔로 데뷔'라는 목표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드하우스 사무실에서 첫 솔로 앨범 '케이'(K) 발매를 앞둔 희진을 인터뷰했다.

소속사를 모드하우스로 옮기고 나서 처음 내는 앨범이자, 희진의 첫 솔로 앨범인 'K'는 지난달 30일 발매됐다. 음원을 받은 건 7월 초였고, 본격적인 준비는 8월부터 시작했다. 모드하우스는 이달의 소녀 프로젝트 초기 기획부터 참여한 정병기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아르테미스의 그룹 활동뿐 아니라 희진의 솔로 역시,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계획된 일이었다고.

미리 계획됐다고는 하지만, 희진은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왔다고 느꼈다. 그는 "솔로 활동에 대한 생각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단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몇 년이 지나야 하지 않을까 했다"라고 말했다.

희진은 2016년 이달의 소녀 멤버 중 첫 번째로 공개된 이후 약 7년 만에 솔로로 데뷔했다. 모드하우스 제공

이어 "어떻게 보면 항상 팀을 유지해 왔는데 솔로로 나오게 되니 굉장히 부담감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긴장도 많이 된다. 오히려 이게 더 저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피곤하고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많지만, 되게 감사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제가 원래 단시간 안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걸 좋아한다"라며 웃었다.

앨범의 핵심이자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틀곡이 다른 수록곡보다 늦게 정해졌다. 희진은 "타이틀을 먼저 녹음해야 전반적인 음반 방향이 잡힌다. 수록곡도 잘 어울리게끔 방향이 잡히니까"라며 타이틀곡을 고르고 녹음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알고리즘'(Algorithm)은 사랑 이후에도 자꾸 떠오르는 이별 노래다. 80년대 서양 팝을 주도했던 사운드를 복각해 K팝 스타일의 다이내믹한 텍스처를 끌어올린 결과물이다. 어떻게 타이틀로 선정했는지 묻자, 희진은 "솔직히 말하면 이게… 겸손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라고 웃으며 "'내가 되게 잘할 수 있는 장르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병기 대표가 생각하는 '희진'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 곡이었다. 희진은 "(데뷔곡인) '비비드'의 연장선 같은 느낌일 수 있겠더라. 정말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제 정체성, 방향과 굉장히 잘 맞는 곡이었다"라면서도 본인의 색을 규정짓는 것은 피했다. 그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게 무궁무진하게 많이 남았다. 이런 점에선 일찍 데뷔한 것에 감사하다. 제게 큰 장점이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희진 첫 솔로 미니앨범 제목은 '케이'다. 모드하우스 제공

타이틀곡으로 하기로 정하고 나서도 수정이 잦았다. 가사도 여러 번 고쳤고, 녹음 자체도 6번이나 했다. 희진은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오늘이 진짜 마지막일 거야'를 반복했다고 부연했다. 한마디로, "모두가 심혈을 기울였다."

수록곡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은 '노키아'(Nokia)다. "정말 어쿠스틱 풍의 노래를 해 보고 싶었다"라는 희진은 "제가 원가 기타를 좋아한다. 기타 리프 반주가 깔리는, 엄청나게 감성적인 곡이다. 이별 노래인데 이상하게 되게 애정이 많이 갔고, 가사도 그렇고 녹음하면서도 굉장히 몰입이 잘됐다. 대표님이 '이 노래는 네 목소리로 한 번 들어보고 싶다'고 해 주셨는데, 정말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언젠가 한번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앨범 발매 전에 진행한 인터뷰였기에, 이번 앨범 수록곡이 각양각색인지, 대체로 비슷한 느낌인지 궁금했다. 그러자 희진은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부드러운 곡이 많은 것 같다. 타이틀곡 포함해서. 차 안에서든, 집에서든, 어디 갈 때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 많다. 저도 이번 앨범을 되게 자주 들었다.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룹의 한 멤버에서, 혼자 완전히 앨범을 끌고 나가야 하는 위치가 된 희진. 솔로 앨범 작업은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희진은 "많은 곡을 녹음하다 보니 되게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목 컨디션도 따라줘야 하는데 녹음하다가 독감까지 걸렸다. 2~3주 동안 독감이 안 떨어져서 그 상태로 (녹음) 했다가 결국에는 다 갈아엎은 이슈도 있었다.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책임져 줄 사람이 없으니까"라고 토로했다.

희진은 타이틀곡 '알고리즘'을 비롯해 '비디오 게임' '노키아' '어딕션'까지 총 4곡 작사에 참여했다. 모드하우스 제공

3분 전후의 노래를 혼자 부르면서 기승전결 표현도 해내는 것, 희진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희진은 "그룹 할 때는 벌스(verse)를 주로 했고 훅을 맡았는데, 기승전결을 다 해야 하니 '나한테 이렇게 힘 있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구나' '약하게도 할 수 있구나' 하며 많은 걸 배웠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또 다른 도전 중 하나는 '작사'였다. 희진은 타이틀곡 '알고리즘'과 수록곡 '비디오 게임'(Video Game) '노키아' '어딕션'(Addiction)의 작사에 참여했다. 특히 여러 번 수정했던 건 '알고리즘'이었다. 희진은 "전체적인 내용은 잡혀 있었는데 발음이 어색하다든가 가사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포괄적이면 좀 더 직설적으로, 다만 유치하지 않게 가야 해서 그런 부분에 신경 썼다"라고 말했다.

희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반면에 쉬웠던 곡도 있었다. 아이디어가 막 샘솟아서 빠르게 생각난 것도 있다"라며 앞으로도 본인 앨범에서는 작사를 꾸준히 할 것 같다고 예고했다. 그는 "뭔가 다른 사람이 한 것들로만 있다면 성에 안 차서 제가 먼저 작업을 하겠다고 할 것 같다. 거기서만 오는 재미도 있고"라고 덧붙였다.

정병기 대표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고. 희진은 "처음에 가사 픽스(확정)받을 때 저도 너무 민망했다. 처음 도전하는 거다 보니까. 대표님이 워낙 솔직하셔서 구리면 구리다고 하시는데, (제가 쓴 게) 민망해서 늦게 보낸 적도 있다. 근데 '잘 썼는데?'라고 해 주셔서 마음이 사르르 내려앉았다. 그다음부터는 이상한 가사든 잘된 가사든 듣기 나름인 것 같아서 더 가감 없이 도전하게 됐다. 다행히 대표님도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저도 좀 자신감 갖고 작업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희진의 첫 미니앨범 '케이'는 지난달 30일 발매됐다. 희진은 앨범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모드하우스 제공

인트로와 '새드 걸스 클럽'(Sad Girls Club)을 제외한 수록곡 전 곡 크레딧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것은 희진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사실 한 곡('새드 걸스 클럽')도 하려고 했는데 가사가 너무 빨리 나왔다"라며 "전체적인 프로듀싱 크레딧이 있는데 거기에도 제 이름 석 자 전희진을 넣어 주겠다고 대표님이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더 뜻깊다"라고 밝혔다.

인트로 '개화'와 타이틀곡 '알고리즘'을 비롯해 '새드 걸스 클럽' '비디오 게임' '노키아' '어딕션'까지 총 6곡이 실린 이번 앨범의 제목은 'K'다. K팝, K-드라마 할 때 그 K다. 희진은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이지 않나"라며 "('K가') 한국을 대표하는 앨범이 되겠다는 뜻이 있다. 한국을 상징하는 아름다움도 굉장히 잘 담겨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앨범 티저 영상에서도 희진은 한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앨범에도 한국적인 요소가 녹아 있다. 희진은 "한국을 대표하는 앨범이다 보니까 한국적 요소의 구성품도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런 것(의견)도 많이 수용해 주셔서 앨범에서도 많이 보실 수 있다. A, B 두 버전이 나오는데 하나가 완전히 K라고 할 수 있는 한복 중심 버전이고, 또 하나는 스트릿한 무드"라고 소개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정병기 대표는 이달의 소녀의 시작에 함께했던 인물이다.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을 겪고 승소한 후 정 대표가 이끄는 모드하우스에 온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희진은 "1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정 대표를 "너무 저희에 대해서 파악을 잘하고 계신 분"이라고 표현한 희진은 "그래서 저도 편하게 앨범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의견도 더 적극적으로 냈고 그걸 많이 수용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희진은 타이틀곡 '알고리즘'으로 활동에 나선다. 모드하우스 제공

'솔로 희진'에게 정 대표는 어떤 상을 제시했을까. 희진은 "(과거에) 끌어내지 못했던 능력의 최상치를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대표님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네가 제일 많이 변했다'라고 하셨다. 안 좋은 의미가 아니고, 예전에는 누가 뭘 시키면 '네, 알겠습니다' 하면서 '실행'하는 신인의 자세였다면, 지금은 저도 어느 정도 아이돌 생활을 했고 저도 제 앨범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다 보니까 더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말한다. 불편했던 부분도 가감 없이 말씀드리니, 적극적으로 변한 성격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옛날에는 목표를 세워두고 하는 게 있으니까 지금은 흐름에 맞게 유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해요. 어떤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있도록 어떤 부분이든 잘 다져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이 일이) 계획대로 안 갈 때가 너무 많다 보니까… 제가 계획형이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 뭔가를 놓칠 때가 많아요. (웃음)"

희진은 "혼자여도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저는 무대에 서는 게 굉장히 즐거운 사람이다. 제가 에너지를 쓰는 만큼,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이어 "이번에는 저를 몰랐던 분들도 확실히 저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무대들만 선사할 테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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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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