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 사회·핵개인·뉴실버세대…2024년 주요 트렌드 키워드는
2024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트렌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앞다퉈 트렌드 신간을 출간하고, 우리 사회를 관통할 단어를 선정했다. 이들이 뽑은 주요 키워드는 3無사회, 핵개인, 분초사회 등 다양하다. 핵심 단어들을 통해 2024년을 미리 살펴보자.
3무(無) 사회·시(時)성비
최인수 마크로밀 엠브레인 대표를 포함한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트렌드 모니터 2024’를 통해 ‘3무(無) 사회’와 ‘시(時)성비’를 내년의 핵심 키워드로 선정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는 현재 한국 사회에 중요한 3가지 역할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친구, 직장 동료, 어른’ 등이 부재한 사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피드백을 보여줄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의사 결정을 할 때 옆에서 내 행동을 말려 줄 수 있는 ‘친구’가 없으며, 일의 의미를 부여해 줄 ‘직장 동료’(선배, 후배, 동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로 인해 피드백이 없는 사회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개인의 가치관, 취향이 더 중요해졌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가치소비와 미닝아웃(특정 제품의 서비스를 소비함으로써 신념을 나타내는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시간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시성비’다. 일본에서 먼저 관심을 받은 단어로, 극도로 시간 효율을 추구하는 현상이다. 세이코홀딩스의 ‘세이코 시간 백서 2022년’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1시간’에 매기는 가치는 1만3639엔(약 12만원)이다.
시성비는 일본 주요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시간 대비 퍼포먼스를 의미하는 ‘타이파(Time Performance)’는 일본 올해의 신조어로 꼽히기도 했다. 시성비는 우리나라에서도 2024년을 관통할 주요 단어가 될 전망이다.
핵개인·협력 가족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는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내년의 핵심 단어로 ‘핵개인’을 선정했다.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이 우리 사회에 도래한 지 반세기가 넘었으며, 지능화와 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개인이 탄생하면서 진정한 ‘핵개인의 삶’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가족은 부부와 결혼하지 않은 자녀로 이루어진 소가족을 의미한다. 핵개인은 핵가족의 개념이 더 좁혀진 것으로 독립적인 개인에게 삶의 초점이 맞춰진 단어다.
시대예보는 우리 사회의 기준이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협력 가족’이 탄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협력 가족은 대안 가족의 형태로, 돌봄이 필요한 곳에서 새로운 관계가 탄생한다는 주장이다. 가족을 한자로 풀이하면 가정을 뜻하는 ‘가(家)’와 일가를 뜻하는 ‘족(族)’이 합쳐진 단어다. 과거에는 가족을 역할 공동체이자 경제 공동체로 인식했지만 핵개인의 시대에서는 ‘가’만 남고 ‘족’은 사라진다는 뜻이다.
분초사회·리퀴드폴리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08년부터 매년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가 올해도 나왔다. 김난도 교수는 분초사회와 리퀴드폴리탄을 2024년의 키워드로 정했다.
분초사회는 ‘시간’이 그 어떤 물질보다 중요해진 사회를 의미한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에서 시간이 돈만큼 또는 돈보다 중요한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분초사회는 단순히 바빠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며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변모한 결과다.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독점하는 소비 형태가 소유 경제라면, 경험 경제는 제품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차별화된 경험 또는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행태를 뜻한다.
트렌드 코리아는 “경험 경제에서 사람들은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며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의 밀도가 높아지며, 우리는 가속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리퀴드폴리탄’도 관심을 받는다. 리퀴드폴리탄은 ‘유동적인 도시’이라는 뜻이다. 지방 인구가 감소하고, 광역교통이 발달하는 현대사회에서 유목적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역은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이동하고 흐르는 유연한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에 방점을 찍는 유연도시가 주목받고 있으며, 불균형 발전과 지역 소멸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리퀴드폴리탄이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거주 인구보다는 소비 인구가 더 중요한 지표로, 지역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뉴실버세대
2022년 처음 출간된 머니트렌드가 올해도 나왔다. 각 분야의 전문가 8인이 공동 집필한 ‘머니트렌드 2024’에서는 '뉴실버세대’가 떠오르고 있다고 관측했다.
뉴실버세대는 기존의 실버세대와 개념에 차이가 있다. 실버세대는 직장 퇴직 이후 연금 또는 퇴직금으로 생활을 이어가거나 용돈으로 여생을 보내는 노년층을 의미한다.
반면 뉴실버세대는 은퇴 이후에도 사회활동에 대한 열망이 있고, 독립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세대다. 이들은 은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또한 금융상품이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게 특징이다.
‘머니트렌드 2024’는 뉴실버세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실버세대의 소비 시장은 욕구별로 다양한 맥락에서 발굴할 수 있다. 범용재부터 사치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삼시세끼, 가사 대행, 간병 대책, 사후 준비, 효도 상품부터 생활의 유희로 노화 방지, 취미 학습 등의 소비 의지가 심화될 수 있다.
‘머니트렌드 2024’는 “한발 더 진전하면 적극적인 자아실현으로 이동할 권리, 여행, 거주 이전, 자산운용 등까지 액티브 시니어의 특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온리유 비즈니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24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에는 ‘온리유 비즈니스’라는 단어가 나온다. 개인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모두를 위한 상품’은 사라지고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상품이 탄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나노 단위로 분류되는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1인의 건강 상태나 생활방식에 최적화된 제품이 많아지고 있다. 2024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는 “일대일 팬덤 비즈니스 시장처럼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서비스 영역까지 초개인화 비즈니스가 진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영양제 시장을 꼽았다. 개인 맞춤형 젤리 영양제 생산기업 너리시드는 멜리사 스노버가 2019년 설립한 회사로,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개인의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영양제를 생산하고 있다. 스노버는 개인마다 필요한 영양소와 복용량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건강 상태와 생활 패턴에 맞춰 일곱 가지 영양소를 선별해 필요한 양을 정해주는 영양제를 만들었다.
형태는 먹기 쉬운 젤리로 정했다. 보관과 휴대가 쉽고 물 없어도 먹을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너리시드는 2020년 스타트업스가 선정한 영국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15위에 올랐고, 올해는 이 순위가 6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 책은 “너리시드의 빠른 성장은 그만큼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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