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로 털리고도 ‘끈끈한 우정’... 하림 HMM 인수, 손해보며 지원하는 호반

김종용 기자 2023. 11.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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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최근 호반그룹의 행보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의사결정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호반그룹은 지난달 16일 팬오션에 넘겼던 한진칼 지분을 10개월 만에 10% 이상 비싼 가격에 되사오기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하림그룹의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에코캐피탈의 기업어음(CP)까지 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의 자금을 수혈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림이 HMM 인수전에 투입할 돈을 사방팔방으로 끌어모으는 와중에, 호반그룹이 든든한 우군으로 등판해 계열사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는 모양새다. 김상열(62) 호반그룹 창업주(서울신문 회장)와 김홍국(66) 하림그룹 회장은 동향 출신으로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다. 그러나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금전거래가 자주 반복되고 있어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각종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전북 익산시 하림 본사. /뉴스1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첫 번째로 호반그룹이 에코캐피탈 CP를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 시장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호반건설(100억원)과 호반(100억원), 호반프라퍼티(150억원), 호반 계열사인 티에스자산개발(200억원) 등이 보유한 에코캐피탈 CP는 총 550억원어치였다. 이는 에코캐피탈이 지금까지 발행한 CP의 38.4%에 달한다. 에코캐피탈은 하림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의 종속기업이다.

호반그룹 측은 낮은 금리에 에코캐피탈 CP를 매입했다. 올해 5월 31일 만기였던 호반건설의 에코캐피탈 CP 50억원의 금리는 5.3%로, 이는 하림푸드가 매입한 에코캐피탈 CP 30억원어치의 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6.22%, 5.86% 금리로 에코캐피탈 CP를 샀다. 호반그룹이 에코캐피탈에 돈을 빌려주면서 적은 이자를 낼 수 있도록 우대했다는 의미다.

이들의 끈끈한 관계는 한진칼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1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390만3973주·5.85%)을 인수하기로 했다. 금액은 1628억원수준이다. 팬오션이 이렇게 호반건설에 한진칼 주식을 되팔고 손에 넣게 되는 돈은 HMM 인수에 동원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물량의 대부분(333만8090주·5%)은 과거 호반건설이 가지고 있던 지분이다. 호반건설이 지난해 말 팬오션에 한진칼 주식을 팔아놓고 10개월 만에 되사오는 것이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국내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한진칼 물량을 김 회장이 받아준 바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가격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매각 때 당시 주가보다 5% 할인된 가격에 한진칼 주식을 넘겼다. 하지만 이번에 되살 때는 당시 주가와 거의 같은 가격에 매수했다. 결과적으로 호반은 한진칼 주식을 10.6% 이자(연 환산 12.7%)를 지급하고 하림그룹에 ‘파킹(보관)’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됐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왼쪽)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참여한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서로 주거니 받거니 도움을 주는 두 그룹은 나란히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공정위는 201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공정거래법, 표시광고법 등 위반 사례로 하림과 호반건설에 각각 754억원(17건), 648억원(14건)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김 회장의 장남 김대한 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자회사, 차남 김민성 전무 소유의 호반산업과 자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림그룹도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 소유 올품에 하림 소속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올품의 연간 매출액은 김씨가 김 회장으로부터 증여를 받기 전에는 7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분 증여 이후인 2013년에는 3464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HMM 인수를 위해 전계열사에서 돈을 끌어모으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하림그룹을 위해 ‘친한 동생’인 호반그룹 김 회장이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반건설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600억원에 달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홍국 회장과 김상열 회장은 서로 각종 캠페인과 챌린지에 참여하도록 지목하면서 친분을 드러냈고, 김홍국 회장이 김상열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도 직접 참석할 정도의 사이”라며 “호반그룹이 HMM 인수전에서 하림그룹의 우군으로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우회적으로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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