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회복 필요한 두 에이스, 외나무다리서 다시 만났다[슬로우볼]

안형준 2023. 11.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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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자존심이 상한 두 '에이스'가 중요한 길목에서 다시 만난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는 11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2023 월드시리즈' 5차전 경기를 갖는다.

1,3,4차전을 승리한 텍사스가 시리즈를 3승 1패로 리드한 가운데 양팀은 5번째 대결에 나선다. 텍사스는 기세를 몰아 단숨에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고 애리조나는 벼랑 끝에서 탈출해 다시 승부를 텍사스로 이어가고 싶다.

중요한 길목에서 두 에이스의 '리턴 매치'가 열린다. 1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네이선 이볼디(TEX)와 잭 갈렌(ARI)이 다시 맞붙는다. 두 선수는 모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이볼디는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빅게임 피처'다. 월드시리즈 전까지 이볼디는 통산 포스트시즌 15경기에서 69이닝을 투구하며 8승 3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던 이볼디는 2021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부진했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강력한 모습을 되찾았다. 이볼디는 올해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4경기에 선발등판해 모두 퀄리티스타트와 승리를 기록했다(4G 26IP, 4-0, ERA 2.42).

등판이 곧 팀의 승리를 의미하는 최고의 가을 에이스였던 이볼디는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체면을 구겼다. 팀의 절대적인 신뢰 속에 1차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4.2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며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선발등판 후 이틀을 쉬고 불펜으로 등판해 무너졌던 2021년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0.2이닝 4실점)을 제외하면 통산 포스트시즌 최악투였다. 비록 팀이 연장 역전승을 거두며 패전투수가 되는 것은 면했지만 1차전에서 무너진 이볼디는 자존심도 무너졌다. 5차전을 직접 승리로 이끌며 시리즈를 끝내고 싶을 수 밖에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맥스 슈어저가 부상으로 이탈한 텍사스는 만약 5차전에서 패할 경우 나머지 2경기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6차전에 또 다른 에이스 조던 몽고메리가 등판하겠지만 애리조나도 '필승 카드'인 메릴 켈리를 내세운다. 시리즈가 7차전까지 향할 경우 브랜든 팟이 남아있는 애리조나와 달리 슈어저가 이탈한 텍사스는 선발투수가 없다. 승자독식 7차전을 불펜데이로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팀의 창단 63년만의 첫 우승을 위해서는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필요가 있다.

올해 정규시즌 210이닝을 투구하며 17승을 거둔 갈렌은 자타공인 애리조나의 에이스다. 후반기 주춤했지만 전반기에는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빅리그 데뷔 5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갈렌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올라섰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와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등판 간격 탓에 1차전이 아닌 2차전을 맡았지만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서는 1차전을 맡았다.

하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6이닝 2실점을 기록한 이후 4번의 등판에서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서 2패(ERA 7.36)를 기록하며 팀이 7차전 끝장 승부를 펼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2선발인 메릴 켈리가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을수록 갈렌은 초라해졌다.

팀 에이스로서 자존심이 땅에 떨어진 갈렌은 이제 사실상 올가을 마지막 등판에 나선다. 만약 5차전을 승리로 이끌 경우 갈렌은 에이스로서의 자존심 회복은 물론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 한 번 부진하며 무너진다면 팀의 포스트시즌이 그대로 끝나는 것은 물론 가을에는 믿기 어려운 투수라는 불명예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자존심을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반드시 최고의 호투를 펼쳐야 하는 두 에이스다. 과연 다시 만나는 두 에이스 중 누가 웃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왼쪽부터 네이선 이볼디, 잭 갈렌)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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