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협회 "건설·소방공사 통합 발주 정비사업 침체시킬 것"
2일 대한건설협회는 소방공사 분리발주의무의 예외공사 범위를 정하는 고시 행정예고안이 시행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입주지연과 하자보수 문제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소방방재청이 지난 8월24일 발표한 '소방청, 소방시설업 표준도급계약서 개정고시안'에 따르면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 예외공사로 지역주택조합사업과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제외된다. 이 경우 공종간 간섭관리, 공기지연과 시공주택의 품질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종국엔 입주지연과 부실시공으로 인한 건축시공업체와 소방시공업체 간의 상호 책임 전가가 발생해 입주자들이 하자보수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주의 한 주상복합 신축사업 현장에서 건축공사가 완료된 뒤 소방공사의 의무이행 독촉에도 준공이 지연되면서 공사기간이 전체적으로 밀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약정 상 건설업체 책임준공기한 도과로 건설업체는 해당 PF에 대한 채무를 인수하는 피해를 입었다.
화재 피해 가능성도 늘어날 수 있다. 2014년 5월 발생한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는 원인이 분리발주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로 밝혀졌으며 대수선공사·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가 화재발생위험을 가중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2013년 인천 대정초등학교 강당이 준공 직후 화재로 전소된 사건에서도 분리발주로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소방시설공사는 2020년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을 통해 건설공사와 분리발주해야 한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공사의 특성상 분리 도급하기 곤란한 예외범위를 소방청장이 고시하도록 했다. 소방청은 법령 개정 3년 후 고시안을 마련했다. 문화재보전공사와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단독으로 시행하는 경우로 한정됐다.
공동 또는 위탁 시행하는 재개발·재건축 민간 공사는 물론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리모델링사업, 지역주택조합사업 등은 소방공사 통합발주의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현재 23개 대형 건설업체의 착공공사(예정 포함) 규모는 ▲지역주택조합(38개 현장, 7조6640억원) ▲직장주택조합(2개 현장, 1716억원) ▲리모델링주택조합(11개 현장, 2조2106억원) 등이다.
주택법상 민간 지역주택조합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상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그 방식이 유사하다. 사업초기 금융기관으로부터 PF를 통해 전체 사업비를 조달하고 건설업체는 책임준공을 약정해야 한다. 전반적인 건설사업 중 소방공사 분리발주가 의무화되면 영세한 소방업체는 기업신용의 한계로 PF 참여를 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건설업체는 소규모 전문소방업체의 공기지연 등에 따른 부담을 모두 떠안거나 전체 사업의 공기지연·하자보수 등에 대한 사업리스크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대한건설업체의 주장이다.
그 동안 건설업계는 소방공사의 분리발주가 시공상 공종간 간섭, 시설물의 안전문제, 하자범위 불분명 등으로 공사의 성질상 분리 도급이어려울 경우 통합발주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은 소방청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소방청의 조속한 고시 제정을 촉구한 한편 '주택법'에 따른 민간시행사업 등을 예외공사 범위에 포함토록 여러 차례 건의했다.
소방청은 이번 고시안에 포함된 규제영향분석서에 '이해당사자의 의견 없음'으로 기재, 건설업계의 의견에 대해 검토의견조차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민간주택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8개 법령·훈령에 대해 입법·행정예고를 했는데 오히려 소방청은 소방공사 분리발주 예외의 범위에서 제외하면서 부처간 국정과제 추진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동시행하는 대규모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사업, 특허공법, 신기술 또는 신공법이 적용된 공사 등이 분리발주 예외 공사에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규제개혁위원회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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