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손 내밀고, 서민 호소에 즉답…'민생 스킨십' 키우는 윤 대통령
"힘들다" 하소연에 "카카오·은행 독점 안돼" 즉답…'탄핵' 꺼내며 국정애로 터놓기도
(서울=뉴스1) 최동현 정지형 오현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주부·직장인·소상공인 등 시민들을 만나 "모든 것은 제 책임"이라며 민생을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루 전 국회를 찾아 야당에 자세를 낮춘 데 이어, 각계각층 국민과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민생 스킨십'을 부쩍 넓히는 모습이다.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민생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소상공인,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직장인, 노인, 주부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
마포는 윤 대통령이 2년 전 '정치 참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장소다. 당시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매출 절벽에 내몰렸던 시기였다.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 대선 출마를 고심하던 윤 대통령은 마포의 고깃집을 찾았다가 "도대체 언제까지 버텨야 하냐, 국가는 왜 희생만 요구하냐"는 호소에 정치 입문을 결단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무엇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의 사연에 즉답을 하거나 배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즉석 지시를 내리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정치 선언 후 민생 행보로 진행한 '윤석열이 듣습니다'가 부활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는 개인택시 기사 A씨의 발언에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면서 이날 배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여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우리가 조치 방안을 마련해 주시라"고 지시했다.
코로나19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행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각종 규제로 힘들다는 수산업자 B씨, 정부의 대출 상품을 이용하더라도 가산금리 등 여전히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청년 직장인 C씨의 사연을 듣고서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적극 공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즉석 지시'에 업계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기사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빠른 시일 내 주요 택시단체 등과 일정을 조율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경회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에 나온 변화였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최근 제기된 여러 우려는 업계 및 국민들의 목소리와 질책을 전달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간담회를 통해 택시 기사·승객·정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모두가 더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개편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 퇴진 운동', '탄핵'을 거론하며 국정 운영의 어려움과 현 정부의 국정 기조를 진솔하게 터놓은 점도 눈길을 끈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서민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하면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제가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써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당장의 지지율 상승을 노리고 재정을 과도하게 투입해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 등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선거용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지출 구조조정으로 약자복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저항'에 굴하지 않고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근래 '전격적 수준'으로 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자세를 낮췄다.
특히 면전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쏘아붙였지만, 윤 대통령은 웃으며 다시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애초 참모들이 준비한 시정연설문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지적하는 문구들이 보이자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며 직접 해당 문장들을 모두 지우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최근 비서실장부터 행정관까지 모두 현장으로 나가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국정운영과 정책에 적극 반영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최근 '국민은 늘 옳다', '남 탓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해 왔다"며 "그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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