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값 인상 쓰라린데…주가 오른 개미 "캬~", 속 달랬다
유통업계가 연달아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주식 시장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소비재 값이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소비자의 근심은 깊어졌지만, 관련주의 주가 상승에 투자자들은 미소를 띤다. 증권가에서는 가격 인상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코스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전 거래일보다 500원(2.35%) 오른 2만1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강세 마감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상승했다. 주류 관련주 롯데칠성(4.12%), 한국알콜(18.43%), 풍국주정(5.64%)도 나란히 올랐다.
전날 하이트진로는 이달 9일부터 소주류 제품의 출고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대표 라인업인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는 6.95% 인상될 예정이다. 인상 대상은 360㎖ 병 제품과 1.8리터(ℓ) 미만 페트류 제품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측은 "연초부터 소주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6% 인상됐고 병 가격은 21.6% 오르는 등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제조경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류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인 이유는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여타 소주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발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유통 업계는 통상 가격 인상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이에 따른 실적 회복을 노린다.
증권가 역시 가격 인상을 결정한 하이트진로의 실적 개선을 점치고 있다. 하나증권은 하이트진로의 내년 연결 영업이익이 25%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는 지난 3년 평균 이익(1800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봤지만, 가격 인상이 반등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류 총수요 부진, 원가 부담,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관비 증가가 맞물리면서 부진한 실적 흐름이 이어졌다"며 "이번 소주 판가 인상으로 내년 손익은 지난 3년 평균 수준까지 회복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제품군인 맥주 가격의 인상이 결정되면 추가 개선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심 연구원은 "차후 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도 열어 놓을 수 있다"며 "맥주 판가 7% 인상 가정 시, 하이트진로의 내년 손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17%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이날부터 숨, 오휘, 빌리프, 더페이스샵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4∼5%가량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로레알도 랑콤·입생로랑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 앞서 이니스프리는 109개 품목 가격을 평균 19.3% 인상한 바 있다.
원윳값이 급등하면서 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은 최소 3%에서 11%까지 가격 조정에 나섰다. 빙그레의 '바나나우유'와 '딸기맛우유', '메로나맛우유' 240ml 3종은 5.9%의 인상이 결정됐다.
증권가는 유통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 설탕 등 원재료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 효과에 따라 각 기업은 물론 업종 전반의 주가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을 통해 그동안 누적됐던 비용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주식 시장 전반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구체적인 개선 시그널이 나온 음식료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나비효과에 다른 업종 가격 인상도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 연구원은 "원당 가격의 상승세가 뚜렷한 상황"이라며 "아직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지만, 다음 해 1분기는 부담이 더해져 설탕값 인상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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