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 월드컵, 사우디에서
FIFA 회장 “사우디에서 열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개최국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잔니 인판티노(53·스위스) FIFA 회장은 1일(한국 시각) 인스타그램을 통해 “2034년 월드컵은 아시아 대륙 사우디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6년 대회는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2030년 대회는 유럽 스페인·포르투갈, 아프리카 모로코가 개최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된 바 있다. 2030년 월드컵은 대회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남미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에서도 개막전 등 일부 경기가 펼쳐진다. 인판티노 회장은 “건설적인 대화와 폭넓은 협의를 거쳐 6대륙 축구 연맹이 모두 참여하는 FIFA 평의회를 통해 최종 승인을 받았다”며 “향후 세 차례 월드컵이 5대륙, 10국에서 열리면서 축구는 진정한 글로벌 스포츠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2034년 대회를 유치할 것이란 전망은 지난달 2030년 월드컵 개최국이 결정되면서 강하게 대두됐다. FIFA가 월드컵 대륙 순환 개최를 원칙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2026년 북중미에 이어 2030년 대회 개최권을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 국가에 모두 부여하며 다음 월드컵 장소가 아시아가 될 수 있는 명분을 줬다는 것이다.
당초 2034년 월드컵 유치전은 사우디가 강력한 개최 의사를 밝힌 가운데 공동 개최를 희망한 호주·인도네시아가 도전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인도네시아가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고, 호주도 지난달 31일 대회 유치에 더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IFA가 제시한 2034년 월드컵 개최 의향서 제출 마감 시한은 이달 30일. 유일한 유치 희망국으로 남게 된 사우디가 ‘무혈 입성’하는 분위기다.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6년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에서 탈피해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투자, 사회·문화적 전환을 이룬다는 ‘비전 2030′을 선포한 이후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네옴시티), 2034년 하계아시안게임(리야드)을 유치했고,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 의사도 밝혔다. 일각에선 사우디의 이런 행보가 인권 탄압국이란 비판을 지우기 위한 ‘스포츠 워싱’이란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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