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선수 누구지?” 배구판 휩쓰는 히잡 여전사
지난달 26일 프로배구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정관장(옛 KGC 인삼공사)이 세트 스코어 3대2로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히잡을 쓰고 팔다리에 토시(덧소매)를 낀 한 선수가 양 팀 전체 최다 득점(31점)을 올리며 종횡무진, 승리를 이끌었다. 주인공은 메가왓티 퍼티위(24·등록명 메가). 인도네시아 출신 이슬람교도 선수다. 당시 눈물을 흘렸던 그는 “0-2로 뒤지고 있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서 이겨낸 게 너무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메가는 올 시즌 프로배구에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제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슬람교도 계율을 지키기 위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경기 때도 온 몸을 가린다. 경기장에서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지난 31일 대전 훈련장에서 만난 메가는 “히잡 쓰고 뛰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면서 “한국에선 이색적인 모습이라 관심 가져주는 게 이해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선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 가져온 히잡은 일상용과 운동용을 합쳐서 모두 16개. 운동용 히잡을 만드는 전문 브랜드가 따로 있다고 한다. 그는 “통풍도 잘되고 벗겨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단은 식당에서 메가가 이슬람교도에게 금기인 돼지고기를 실수로 먹지 않게 따로 표시해주고, 원만한 적응을 위해 한국외대 인도네시아어 전공생을 통역으로 붙여줬다.
그의 별명은 ‘메가트론’이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 속 로봇 이름이다. 실력은 ‘메가톤급’이다. 31일 기준 4경기 95득점(경기당 23.8점)으로 아시아쿼터 선수 중 1위이자 리그 4위. 5경기 102점(경기당 20.4점)을 올린 김연경(35·흥국생명)을 앞설 정도다. 공격 종합 성공률(46.24%·4위), 오픈 공격 성공률(47.25%·2위), 후위 공격 성공률(37.14%·5위) 등 각종 공격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이다. 스스로 “최대 강점은 강스파이크”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7팀 아시아쿼터 선수 중 유일하게 메가를 수비 부담이 적은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에 기용해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메가는 어릴 적 축구로 운동을 시작했다가 11~12세 때쯤 아버지 권유로 배구에 입문했다. 당시 아버지가 “축구는 남자들이 많이 하는 스포츠다. 큰 키도 아까우니 배구로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메가는 “처음 배구를 시작했을 땐 힘들고 재미도 없었다. 손과 팔도 너무 아팠다”며 “시간이 지나니까 배구가 너무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자국 인도네시아 리그와 베트남, 태국 리그를 평정했다. 아시아 9위인 인도네시아(한국은 7위) 여자배구계에선 단연 돋보이는 스타. 2023 아시아 챌린지컵 베스트 아포짓 스파이커, 2022 인도네시아 리그 베스트 서버, 2020 올림픽 아시아 예선 최다 득점상 등을 수상했다. 인도네시아 여자 배구 선수 중 유일한 해외파로 “동남아 지역을 벗어나서 더 넓은 세계 배구를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배구를 매일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유명해지거나 상을 받는 것은 배구를 열심히 하면 따라오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것이지,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훈련이 없을 때는 팀 동료들과 나가 떡볶이와 치킨 같은 한식을 즐긴다. 한국 드라마 팬이기도 한데 ‘역도요정 김복주’와 ‘사내맞선’을 재밌게 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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