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오에 겐자부로의 '세븐틴'이 주목한 현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에 겐자부로가 1961년 발표한 '정치와 성(性)' 연작소설 '세븐틴'은, "쭈그러든 성기"처럼 위축된 삶을 살던 한 10대 비행청소년이 '황도파' 우익 정치세계에 입문한 뒤 난폭하게 '발기'하는 이야기를 통해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미숙한 일면을 알레고리로 고발한 작품이다.
"고맙네, 자네같이 순수하고 용감한 애국 소년을 기다렸네. 자네는 천황 폐하의 거룩한 뜻에 합당한 일본 남자야." 노회한 우익 간부의 칭찬에 소년은 비로소 '타인의 시선'을 극복하고 '발기'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에 겐자부로가 1961년 발표한 ‘정치와 성(性)’ 연작소설 ‘세븐틴’은, “쭈그러든 성기”처럼 위축된 삶을 살던 한 10대 비행청소년이 ‘황도파’ 우익 정치세계에 입문한 뒤 난폭하게 '발기'하는 이야기를 통해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미숙한 일면을 알레고리로 고발한 작품이다.
“고맙네, 자네같이 순수하고 용감한 애국 소년을 기다렸네. 자네는 천황 폐하의 거룩한 뜻에 합당한 일본 남자야.” 노회한 우익 간부의 칭찬에 소년은 비로소 ‘타인의 시선’을 극복하고 ‘발기’한다. “나의 남근이 꽃이었다.” “격렬한 오르가슴의 쾌감에 휩싸”인 그는, “개인적인 내가 죽고 나의 사심도 죽었다. 나는 천황 폐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났”고 “죽음의 공포에서도 해방됐다." 그는 ‘10만 좌익’에 맞서는 스무 명 황도파 청년그룹에서, 가장 용맹스럽고 흉포하고 우익적인 ‘세븐틴’이 된다.
한 해 전인 60년 10월 일어난 좌파 정치인 아사누마 이네지로의 암살사건이 소설의 모티브였다. 총선을 앞두고 3당 당수 합동 연설회에 참석해 연단에 선 사회당 총재 아사누마에게 17세 소년 야마구치 오토야가 달려들어 칼로 살해한 사건. 범행 장면이 여과 없이 TV 뉴스로 방영되면서 일본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야마구치는 육상자위대원 아버지로부터 엄한 애국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 고교 재학 중 극우정당에 입당, 좌파 집회 등을 방해하는 전형적 정치깡패로 변신해 학교를 중퇴한 인물. 조직 사주 없이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그는 소년감호소에서 ‘칠생 보국 천황폐하 만세’라는 글을 남기고 그해 11월 2일 자살했다. 지금도 일부 극우단체는 그를 ‘열사(烈士)’로 떠받들며 성대한 추모제를 연다고 한다.
소설의 성적 메타포 즉 ‘발기'의 상징은, 좌우 이념을 떠나, 성적으로 무분별하게 왕성한 저 나이대의 미숙에 대한 역설(逆說)일 것이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탄핵, 하려면 하십시오... 예산 재배치로 서민 두툼하게 지원"
- [현장] 이선균 마약 의혹 '강남 일프로'... "폐쇄된 룸에서 뭘 하는지 몰라"
- "쟤네 아빠 발렸다" 초등생 싸움에 낀 아버지 아이 앞에서 무차별 폭행당해
- '14년 만 파경' 최동석 "박지윤 귀책 아냐, 억측 강경대응"
- 이다인♥이승기, 결혼 7개월 만 임신 발표..."내년 출산"
- 치과의사들이 치를 떤 '유디 계약서' 보니... "병원 나가려면 100억 내라"
- "확진되면 100만 원"... 독감 보험 과열 양상에 당국 '자제령'
- 홍철호 "김포 서울 편입이 총선용? 골드라인 지옥철 고통 몰라 하는 말"
- 서장훈 "이혼, 마주하기 힘든 일...쉽지 않아" 고백
- '신생아실 학대' 아영이 심장 받은 아기 주치의 "심장 오래오래 뛰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