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로 또 하나의 영일만 기적 쓸 것" [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김정혜 2023. 11. 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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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경북 포항시장 인터뷰]
배터리협회 공로상 수상, 지자체장으론 최초  
배터리 부서 신설, 육성 지원 조례 제정 공로 
"앞으로 인력 양성, 정주여건 개선에 더 노력"
1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한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시상식 참석 전 포항시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61) 경북 포항시장이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최고의 이차전지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배터리협회)로부터 1일 공로상을 받았다. 2011년 11월 배터리협회가 창립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로상을 받은 건 이 시장이 처음이다. 전국에서 맨 처음 배터리 기업 지원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기업 육성 조례를 가장 먼저 제정하는 등 이차전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날 시상식 참석 전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한 이강덕 시장은 “이차전지 기업 유치에 각고의 노력을 해 준 구성원들과 포항시민을 대신해 받는 상이라 한없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한국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평정할 수 있도록 더욱 헌신하라는 채찍으로 삼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무리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도 기업 유치에 한계가 따르는 지방 도시는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급격히 쇠락한다”며 “어렵게 유치한 이차전지 기업들을 지원해 포항시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국가 균형발전의 모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차전지 유치 비결, 산·학·민·관 협력"

이강덕 시장은 최근 이차전지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는 포항시의 유치 비결에 불쑥 미국의 철강 도시 피츠버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미국 철강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며 한때 인구가 7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번성했지만, 철강업이 후발 공업국에 밀리면서 돈과 사람이 빠져나가 30만 명까지 추락했다”며 “포항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피츠버그가 오랜 준비 끝에 정보기술(IT)과 바이오산업을 육성해 부활한 사실을 알고는 본보기로 삼았다”고 말했다. 실제 피츠버그는 지방정부와 대학, 상공인들이 구성한 민관협의체 ‘앨리게니 회의’를 결성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섰고, IT와 바이오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 재도약했다.

피츠버그에서 희망을 본 이 시장은 포항공과대학교 등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상공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철강 중심의 산업구조 다변화를 모색했다. 이차전지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내다본 그는 2016년 이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소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를 유치했다. 특히 이차전지 관련 규제들이 급성장하는 산업의 속도를 못 따라가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앞장섰다. 그 결과 포항시는 2019년 배터리 규제자유특구에 선정된 데 이어 4년 연속 우수 특구로 지정받았다. 예상대로 이차전지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면서 2027년까지 14조 원 넘는 투자 유치를 끌어냈다.

이 시장은 “최근에는 각종 규제로 대기업도 엄두를 못 내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며 “포항시는 소재 생산부터 제조, 재활용까지 이차전지 산업 전주기 산업생태계를 갖췄고 지난 7월에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기업들이 몰려 있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산업단지 전경. 포항시 제공

"인력 양성·정주여건 개선이 과제"

이강덕 시장은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한 각오를 밝히며 고(故) 박태준 포스코 초대 회장을 언급했다. 그는 “박태준 회장이 포항제철소를 건설하면서 포항시로 몰려드는 근로자들이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대규모 주택단지를 만들고 자녀들이 다닐 학교를 먼저 지었다”며 “어렵게 유치한 이차전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면 인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차전지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로 2027년까지 포항시에 1만 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예상하고, 인력 양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19~39세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이차전지 분야에 필요한 화학 기초부터 실무, 폐배터리 활용까지 이차전지 융합 전반을 이해하는 교육 과정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이강덕 시장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력 양성과 정주여건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시 제공

정주여건 개선에도 팔을 걷었다. 이 시장은 “과거 100년간 버려진 철로를 도시 숲으로 변신시키는 그린웨이 프로젝트로 산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척박한 지방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포항공대에 연구중심 의대가 설립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태준 회장이 산업의 쌀인 철로 나라를 구한다는 제철보국으로 영일만의 기적을 이뤄냈듯 이차전지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쓸 것”이라며 “지방정부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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