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이 은행 종 노릇” 실감케 하는 은행원들 돈 잔치
지난해 5대 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고, 희망퇴직자에겐 위로금 명목으로 1인당 3억5000만원이 지급됐다. 땅 짚고 헤엄치기 이자 장사로 번 돈으로 두둑한 위로금을 내밀자, 2000여 명이 기본 퇴직금 외에 별도의 희망퇴직금을 챙겨 은행을 떠났다. 스톡옵션을 포함하면 연봉이 1억3500여 만원에 이르는 인터넷 은행도 있다. 한국의 은행이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혁신을 이루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거의 단순 업무에 불과한 일을 하면서 떼돈을 벌고 있다. 그 돈을 바치는 사람들은 은행에 꼬박꼬박 이자를 내는 서민들이다.
은행들의 연봉 잔치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올 상반기 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자 이익은 29조4000억원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에 창사 이래 최대 순익을 냈다. 금리 상승기에 예금 금리는 천천히, 대출 금리는 빨리 올리는 식으로 예대 금리차를 이용해 폭리를 거뒀다. 연말이면 또다시 성과급을 크게 챙길 것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성과급으로만 1조3800억원을 지급했다. 연내 배분 못한 이익금은 내년에 거액의 희망퇴직금 명목으로 사용될 것이다. 올해 초 5대 시중은행은 작년에 번 돈으로 최대 36개월 치 월급을 얹어주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최대 11억30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은 은행원도 있고, 30대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돼 목돈을 받았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기업과 가계는 고통받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손쉽게 번 돈으로 자기들만의 돈 잔치를 계속한다.
은행원들 돈 잔치가 비판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은 정부의 보호 아래 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큰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국민 세금과 마찬가지인 공적자금으로 지원을 받는데 정작 이익이 나면 은행원들이 다 챙겨가는 구조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일반 시중의 여론을 대변하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 산정 시 대출자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지는 않는지, 예금자의 이익을 희생시켜 자기 이익을 늘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금융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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