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교육 개혁 절박성 보여주는 ‘그냥 쉬는 청년 68만명’
통계청이 구직을 포기한 채 집에서 쉬는 청년이 68만명에 달한다는 ‘2023년 8월 비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년 전보다 6만6000명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쉬는 이유에 대해 30%가량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조사는 2016년 처음 시작됐는데, 올해까지 7년간 육아, 가사, 공부 등의 사유가 아니라 ‘집에서 쉰다’는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인원이 81만명이나 늘어났다. 이 중 상당수가 2030세대일 것이다.
쉬는 청년의 급증은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구인·구직 시장 수급이 맞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일할 사람을 찾는 직장은 많은데 정작 거기서 일할 사람이 없는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미(未)충원 인원이 작년 9월 말 18만5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제부총리도 “전반적 고용지표는 좋지만, 고용 현장에선 인력난을 호소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구하는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임금이 오르면 청년들이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3D 일자리를 기피하는 건 비단 우리뿐 아니라 세계 공통 현상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탕핑(身+尙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 청년들이 늘어나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길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청년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현대차 생산직 모집에는 수만명이 몰리지만, 현대차 하청 부품 업체는 구인난을 겪는 데서 알 수 있듯,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과도한 임금 격차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다. 비어있는 일자리의 94%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 일자리다.
여기에 대학 전공과 사회적 수요의 불일치가 문제를 악화시키는 면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사회적 자원 낭비를 부르는 ‘전공 불일치’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교수들의 저항 탓에 학과 간 정원 조정이 매우 힘들다. 사회에서 요구하지 않는 학과의 정원을 줄일 수 없으니 사회의 요구가 폭주하는 학과의 정원도 그대로 묶여 있다. 교수를 위해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집에서 그냥 쉬는 청년의 급증은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이 절박한 이유를 뚜렷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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