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3개월 만에 웃었다
무역수지는 5개월 연속 흑자
지난달(10월) 우리나라 수출이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했다. 무역수지(수출-수입)는 5개월 연속 흑자다. 좀처럼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수출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5.1% 증가한 551억달러(약 75조원)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조업 일수를 반영한 하루 평균 수출은 26억2000만달러로 올해 최고치였던 9월(26억달러)을 뛰어넘었다. 수입은 9.7% 감소한 535억달러다.
무역수지는 16억달러 흑자를 냈다. 그동안 수출 감소에도 무역수지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수입이 더 크게 줄어 가능했던 불황형 흑자였는데, 10월에는 수출이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도 흑자를 냈다. 수출 플러스와 무역 흑자 동시 달성은 작년 2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분기 첫 달인 10월은 분기 말 마감이 많은 9월보다 일평균 수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올 10월은 9월보다 수출이 늘었다”며 “수출 회복세가 보다 가시화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도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자동차·선박·일반기계 등 주력 품목과 대미(對美) 수출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다만 당분간 가파른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실장은 “수출이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확인되지만, 미국발 고금리 기조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대외 여건 불안이 이어지면서 회복 추세는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10월 수출은 지난 3월 수출액(549억달러)을 넘어 올해 최대를 기록했다. 자동차·선박이 수출 반등을 주도하고,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회복세도 빨라진 덕이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보다 3.1% 줄어든 89억달러로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을 보였다. 자동차(19.8%)는 16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고, 선박(101.8%)은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4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석유제품(18%)도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 덕에 8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반도체 수요가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는 물론 휴대폰 등에서 늘고, 감산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초과 공급 상태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대미 수출이 100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7월(101억400만달러) 최고 기록에 육박했다. 10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아세안 수출(106억달러)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해 우리나라 9대 수출 시장 중 일본·중남미·중동·CIS 등 6곳에서 수출이 늘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수출은 9.5% 감소하면서 여전히 부진했다. 하지만 작년 9월(-6.6%) 이후 처음으로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3개월 연속 수출 100억달러를 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나왔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미 예정된 선박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자동차 수출 호조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반도체도 바닥을 찍고 살아나고 있어 적어도 연말까지는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도 이날 “수출이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우리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과 함께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고금리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긴장, 미·중 간 공급망 갈등과 그에 따른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적인 불안 요인은 내년 이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여전히 중국이 우리 수출의 중요한 축인 상황에서 최근 중국 경제 지표가 다시 나빠지는 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연말 효과를 감안하면 수출이 플러스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확신하기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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