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되고 싶다는 꿈, 의료기기로 이뤘어요”

김화영 기자 2023. 11.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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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허준'에 빠졌던 제가 아픈 사람의 치료를 돕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돼 있네요."

피티브로의 김태훈 대표(47)는 1일 턱관절 통증 완화용 휴대용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여러 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던 것이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국과 중국 등에 제품을 수출해 3년 내 매출 1000억 원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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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공대생, 환자 돕는 사업가로
1999년 방영 드라마 ‘허준’ 보고, 자퇴 후 중의학-물리치료학 공부
지난해 10월 소형 의료기기 개발… 턱관절-거북목 통증 완화에 도움
일본 기업과 10억 원 수출 계약… “3년 내 매출 1000억 원 목표”
김태훈 씨가 개발한 턱관절 통증 완화용 휴대용 의료기기인 ‘에이크리스’.
“드라마 ‘허준’에 빠졌던 제가 아픈 사람의 치료를 돕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돼 있네요.”

피티브로의 김태훈 대표(47)는 1일 턱관절 통증 완화용 휴대용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2월 3년 과정의 경남정보대 물리치료과를 졸업했다. 지난해 10월 학교 동료와 창업한 피티브로에서 ‘에이크리스(AcheLess)’라는 턱관절과 거북목의 통증을 완화하는 소형 의료기기를 만들어냈다. 이 제품 1만 개를 내년 3월까지 납품하는 계약을 일본 기업과 최근 맺었다. 제품 수출로 얻게 된 매출은 약 10억8300만 원.

평범한 공대생이었던 김 대표는 1999년 방영된 드라마 허준을 보며 아픈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는 “졸업까지 한 학기만 남기고 있었던 4년제 대학의 전자공학과를 자퇴한 후 중국 난징중의약대에서 6년을 공부하고 중의학 학사 학위를 따냈다”고 했다. 이후 중국의 다른 사범대에서 4년간 ‘대외한어(중국어)’를 공부하고 귀국했다. 국내에선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경남정보대에서 물리치료사 면허를 취득했다. 지난해 초부터는 경성대 물리치료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달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메디컬 저팬 2023 박람회’에 참석한 피티브로 김태훈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박람회에 자사 제품인 ‘에이크리스’를 출품한 김 대표는 일본 기업과 10억8300만 원 규모의 제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 김태훈 씨 제공
에이크리스는 뾰족한 침(Silver spike point)이 부착된 특수 패드를 턱과 관자놀이 부위에 붙이고 전기자극을 줘 물리치료를 할 수 있게 만든 장비다. 무게가 150g으로 가벼워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고, 의료진이 아닌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턱관절 치료용 의료장비를 쓰기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게 된 것. 김 대표는 “여러 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던 것이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가 통하는 신소재인 ‘전도성 실리콘’을 활용한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전기공학과 덕분이고, 침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겠다는 생각은 중의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크리스 개발은 2021년 부산시와 부산대가 연 ‘치의학 산업 사업화 전국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1등상을 받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평가에 참여한 의사를 비롯해 경남정보대 교수 등은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후 김 대표는 의료기기 동아리였던 피티브로를 벤처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사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턱관절 장애 환자는 2015년 약 35만 명에서 2019년 41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관련 질환은 유년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에이크리스로 집에서 자녀를 치료하려는 부모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과 중국 등에 제품을 수출해 3년 내 매출 1000억 원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준 학교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교내 창업공간인 K테크밸리에 입주해 다양한 장비를 무상으로 쓸 수 있었고,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교수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00세 시대를 사는 40, 50대 중년에게 ‘함께 도전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 30대에 한 번 꺾였던 꿈이더라도 계속 공부하며 좇다 보면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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