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잼버리… 전라북도 국정감사는 허망했다
얼마 전 전라북도 국정감사가 있었다. 파행적으로 운영된 세계잼버리 등이 주요 감사 대상이었다. 감사 초점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맞춰졌고, 이내 여야 간 공방으로 이어졌다. 야당은 “전북보다는 조직위가 더 책임이 있고, 조직위보다는 여성가족부가 더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파행 운영을 중앙정부와 여당의 잘못으로 돌리려 했고, 여당은 ‘전북도가 최종 점검자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냐’면서 전북도지사의 책임이라 주장했다.
국정감사는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입법부가 행정부 운영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라북도에 대한 국정감사는 그렇지 않았다. 입법부 구성원이라는 인식보다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인식에서, 여당과 야당으로 처지가 나뉘어 대립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다투다 보니 ‘잘못된 행정 행태를 초래한 원인’을 밝히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메인 센터가 어떤 이유로 2024년에야 준공되는지, 자격과 능력 없는 업체들과 잼버리 관련 계약을 맺은 까닭은 무엇이었는지, 외유성 국외 출장은 어떻게 일어난 일이었는지 등 밝혀야 할 많은 일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새만금 공유 수면 점용 허가 신청이 늦은 이유나, 공무원들이 조직위 파견 근무를 꺼린 문제 등이 언급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여야 할까. 잼버리 사태로 들끓었던 당시 국민 여론에 비추어 봤을 때, 2시간 30분 남짓 진행된 전라북도 국정감사는 너무도 허망했다.
행정부의 관행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행정 시스템 미비로 국가적 문제가 발생한 때에도, 당시 행정부 수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정치인들이 서로 태도를 달리하여 행정 문제를 정치 문제로 바꾼다. 그 과정에서 마땅히 바뀌어야 할 행정 운영의 문제점은 어느새 논의되지 않는다.
어디 잼버리뿐이랴. 1년 전 이태원 참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야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를 포함한 ‘재난 및 안전 관리 체계 점검 감사’를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를 초래한 무허가 건물의 도로 공간 불법 점용 같은 문제나, 경찰 행정력 투입의 우선순위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했다. 참사를 초래한 잘못이 누구에게 있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1년간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었다. 그나마 최근 행정안전부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 연말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는 ‘인파 관리 시스템’이 제시된 것이 다행이랄까. 그사이 정치는 국민에게 대안이 아니라 정쟁만을 보여줬다.
‘책임 소재를 가리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행정 실패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가만큼 중요한 것이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세월호 사고를 생각해보자. 비극이 일어난 지 이제 10년이 가까워져 간다. 책임 소재를 밝히느라 엄청난 국가 행정력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우리나라 수상 안전이 과연 근본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나? 세월호와 비슷한 일이 지금 다시 일어난다고 했을 때 과연 구조대로 출동한 해양경찰은 그때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행정을 할 수 있을까? 확신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초래하는 조직 문화와 구조, 그리고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논의와 개선이 있었던 것처럼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행정의 비효율과 비합리성을 초래하는 의사 결정 및 행정 운영의 관행이 무엇인지 밝히고 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적 정책 실패와 사회적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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