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꼭두
2022년 10월 29일 인천 부평에서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에 참여한 날이다. 뒤풀이를 간단히 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났으며, 어떤 참사가 있었는지 전혀 꿈에도 몰랐다.
우리 가족은 다음날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 서소문성지박물관부터 익선동 한옥마을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음날 나의 페북은 “세 식구가 만나 무엇을 언약이라도 한 것일까? (사실 큰딸이 어느 가게에 가서 플라스틱 반지를 사 와 굴다리 아래서 손가락을 걸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태원 참사가 있을 시각에, 서울 하늘 아래에서”라 쓰고 있다. 일정을 잡으며 아빠는 사람 붐비는 곳을 싫어하니 이태원은 빼자고 합의했다는 후일담까지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세 식구엔 아쉬운 가족 재회(family reunion)이지만, 살아남은 이에게는 생이별(family separation)이다. 159명의 죽음에 대해 갖는 가족, 친지들의 아픔이 어떠할지 잘 안다. 5주기를 넘긴 우리 가족도 그 트라우마(trauma)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꼭두(곡두)’라는 말은 다소 익숙하다. 하지만 ‘꼭두각시’란 말을 들으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꼭두각시를 ‘1.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인형 2. 남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나 조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사전의 2번 정의를 통해 그 말의 쓰임에 공감한다. 꼭두,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틈의 존재’의 저자 김옥랑(아랫글의 인용이나 주장은 대체로 그의 것을 따른다)은 꼭두의 외연(外延)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한국 문화에서 차지하는 꼭두의 의미를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꼭두는 우리가 사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꼭두는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적 정신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꼭두는 서로 분리된 것을 연결해 주는 존재, 이어주는 존재입니다. 마지막으로, 꼭두는 위로(慰勞)와 치유(治癒)를 행하는 존재입니다. 꼭두는 안내하고, 호위를 하며, 지극한 정성을 기울여 불안에 빠진 이를 도와줍니다.”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참사 1주기 행사에 불참했다. 정치적 편향을 이유로 참석을 하지 않았다. 김옥랑의 주장 그 어디 하나에 걸리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세 번째 주장에는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상주 없는 상가에 부의만 보낸 모양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의 아픔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동령이 균형외교를 추구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일본-한국을 군사동맹을 맺어 한반도 상공을 내주기까지 했다. 가장 끔찍한 것은 국민의 의사에 반한 일본 핵 오염수 방류를 허용한 것이다. 과학이라는 말에 기대어. 우리나라의 바다와 우리 산천은 오래지 않아 오염시킬 것이다. 국민이 천일염 사재기까지 한 현상을 보면 공포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을 통해 삶을 꾸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의 무역이 녹록지 않다. 무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국지전(局地戰)이 한창인 지금 우리나라도 남북한 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국지전을 염려한다면 기우(杞憂)일까. 확전이 되어 또 다른 세계대전을 우려할 수 있다. 물론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지금은 사라진 상여문화를 생각할 때 “현재 우리가 꼭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첫째, 꼭두는 우리에게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 같이 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생소한, 그리고 자신에게 생소한 이질성에 마음의 문을 닫지 말고 살라는 것, 위로와 치유를 하며 살라는 것, 또한 죽음을 잊지 말고 살라는 것입니다. 둘째, 꼭두는 우리에게 창조적 상상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특히 꼭두는 우리에게 소외의 경험과 창조성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창조적 상상력이란 ‘사이’ 혹은 ‘틈’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셋째, 꼭두는 우리에게 전통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창조는 뜬금없이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발 ‘꼭두’의 의미를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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