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초국가권력 ‘스타링크’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는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자동차 미디어 우주산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전기차로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를 바꾸더니 스타링크 사업으로 초국가 권력자로 부상하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1시간 전 러시아가 대규모 멀웨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통신망이 무력화됐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지휘 체계가 마비됐다. 미하일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일론 머스크에게 “스타링크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머스크는 10시간만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개통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통신 장애 상황을 극복하고 러시아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스크가 스타링크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우크라아나 측의 군사작전이 무산되는 일도 발생했다.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이유다.

머스크가 이번에는 가자지구에 ‘스타링크’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스타링크는 가자지구에 머무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구호단체들의 연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에 맞서 싸우겠다”며 반발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위성들을 쏘아 올려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지구로부터 200~2000㎞ 정도의 낮은 고도에 위치한 소형 위성을 활용하는 통신 서비스를 의미한다. 광케이블 보다 통신위성의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케이블 통신 인프라를 설치하기 어려운 항공 및 해상지역에서도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스타링크는 2020년 10월 미국에서 테스트가 시작된 후 전 세계 50개국에서 서비스를 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무기로 초국가적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통신장비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도 저궤도 위성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자체 위성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인 ‘궈왕’과 제2 위성군단 ‘G60’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러시아와 대만도 자체 저궤도 위성개발에 돌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궤도 위성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최근에야 선정된 데다 우주산업을 컨트롤할 우주항공청이 여야 갈등으로 언제 개청할 지 모른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