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사과’는 금기의 상징이자 ‘생존 통로’ 목을 보호하는 방패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년)는 독일 태생으로 17세기 바로크를 대표하는 화가다. 역동성, 강한 색감, 관능미를 추구하는 작가였다. 신화를 바탕으로 그린 역사화나 교회 이야기를 주제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아담과 이브>도 그중 하나다. 이 그림은 본래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가 그렸는데, 루벤스가 보고 자신 특유의 색감을 더하고, 구조를 살짝 변경하여 복사판으로 그린 그림이다. 아담이 일반적인 것과 달리 근육질이다.
서양 종교 전설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 아담이 하나님의 지시를 어기고 금단의 열매인 사과를 한입 베어 먹다가 에덴의 동산에서 쫓겨나고, 사과가 목구멍에 걸려 혹이 생겼다. 그것이 ‘아담의 사과(Adam’s apple)’다.
의학적으로 아담의 사과는 후두 돌출 부위다. 목울대라고도 한다. 후두 골격을 이루는 아홉 개의 연골 중 가장 큰 갑상 연골을 말한다. 호흡과 발성에 관여하고, 성대를 보호하고 이물질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에세이집 <의학에서 문학의 샘을 찾다>의 저자 유형준 한림대의대 명예교수는 “삶을 살아가는 형편을 목줄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후두 돌출 부위는 숨 쉬고 먹는 생존의 통로이자 생명의 급소”라며 “반칙을 저지르거나 반역을 하는 불순종의 재앙을 깨우치기 위해 그곳을 ‘아담의 사과’라고 이름 붙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두 돌출은 남자가 여자보다 크다. 사춘기 때 남성 호르몬 분비가 늘면, 갑상 연골과 성대 주변 근육이 커지고, 목소리가 굵고 낮게 바뀌면서 후두 돌출이 커진다. 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후두염이나 급성 갑상선염, 후두 부종 등이 생길 경우 아담의 사과 부위가 아프거나 부어 오를 수 있다”며 “목이 아프고, 기침이 심해지고, 목소리가 탁해지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게 되면 즉시 후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새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가는 성전환 트랜스젠더들이 아담 사과 축소 수술을 받기도 한다. 아담 사과는 물을 벌컥벌컥 마실 때 보이는 남자의 알량한 자존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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