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46] I still get a bit nervous every time
자동차 라디오에서는 라이처스 브러더스의 ‘구속받지 않은 멜로디(Unchained melody)’가 흘러나오고 조수석에 탄 메이는 노래를 듣자마자 얼굴을 찡그린다. “나 이 노래 싫어(I hate this song).” 운전대를 잡고 있는 메이의 여동생 드류는 의외라는 듯 말한다. “어떻게 이 노래를 싫어해? 싫어할 수가 없지. 오래된 명곡이잖아(How can you hate it? It’s not hateable, it’s a classic).” 메이가 콧방귀를 뀐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오래 들은 곡이지(Classically overplayed).” 영화 ‘다이브: 100피트 추락(The Dive∙2023∙사진)’의 첫 장면이다.
함께 자란 자매이고 어린 시절부터 종종 함께 들은 곡이지만 ‘Unchained melody’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나 다르다. 둘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의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사이이며 그나마 얼굴을 보는 것이 1년에 한 번, 둘이 만나 바닷속으로 다이빙을 할 때다. 올해 다이빙 장소를 고른 건 동생 드류(소피 로 분)다. 다이빙 준비를 마치고 물속으로 들어가려는 두 사람. 표정이 좋지 않은 메이(루이자 크로즈 분)와 달리 드류는 들뜬 모습이다. “난 아직도 할 때마다 조금 긴장돼(Yeah, I still get a bit nervous every time).” 메이는 그런 드류를 무표정하게 쳐다본다. “좋겠다(Lucky you).” 드류는 언니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좋겠다고? 무슨 뜻이야?(Lucky me? What do you mean?)”
메이가 건조하게 말한다. “긴장은 좋은 거야. 흥분도 좋은 거고(Nervous is good. Excitement is a good thing).” 다이빙에 흥미도 애정도 잃어버린 메이는 그저 드류가 부럽다. 혹시나 이번 다이빙에선 전에 느끼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지, 마스크를 내리고 깊고 푸른 바다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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