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축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축제인간(homo festivus)세계’

경기일보 2023. 11.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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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장·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인류 문화의 꽃, 축제는 인간과 인류 사회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어 “축제가 없는 민족은 살아서도 산 목숨이 아니고 죽어서도 고이 잠들 수 없다”고 했는가!

지구촌 어느 곳, 어느 민족이나 축제를 통해 고유의 민족문화를 보존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면서 삶의 기쁨과 슬픔을 누려 왔다.

축제는 다양한 세계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종교적 제의 세계관으로서의 축제는 정화의식(淨化儀式)과 성화의식(聖化儀式)에 의한 자아 승화의 표현이다. 축제의 원형은 고대사회부터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민속신앙이 체화된 감천문화마을의 동제, 일본의 도쿄 간다묘진 신사에 열리는 간다마쓰리, 가톨릭 신앙에서 비롯된 유럽과 남미지역에서 사순절 시작 전에 개최되는 축제로서 대표적으로 독일의 쾰른 카니발 등이 있다.

둘째, 집단행위의 혁명적 세계관으로서의 축제는 신성하고 비일상적인 리미널리티(liminality·문지방)와 코뮤니타스(communitas) 공간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자유, 평등, 동료애, 동질성을 이루는 카오스적인 난장트기다. 종교적 색채를 벗어던지고 다양한 가면과 변장을 하고 참여하는 베네치아 카니발과 니스 카니발,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를 형성구조로 하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을 예로 들 수 있다.

셋째, 공동체적 맥락의 집단 유희적 세계관으로서의 축제는 유희 인간(homo ludens)으로서 인간의 유희적 본성을 집단적 문화로 표현한 것이다. 세계적 축제인 브라질 리우 카니발과 영국 노팅힐 카니발, 토마토 전쟁 축제로 유명한 스페인 라 토마티나, 보령 머드광장의 보령머드축제 등에서 극대화된 유희적 몰입의 모습이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혼돈에 대한 자연질서 세계관으로서의 축제는 인간이 혼돈(chaos)에 대한 자연질서(cosmos)의 승리를 기념하는 특별한 기간에 이뤄지는 집단의식이다. 동서양의 신년 해돋이 축제, 제주 들불축제 같은 대보름 축제, 추수감사절에 열리는 프랑스 프로방스의 생텔루아 축제 등이 그 예다.

가을은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로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도 많은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전통적인 가을축제는 가을 추수에 감사하며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밤새도록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원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축제의 다양한 세계관만으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지역축제들이 개최되고 있다. 2023년 경기관광축제로 선정돼 10월에 열린 축제를 살펴보자.

정조 관련 문화콘텐츠 중심의 수원 화성문화제와 화성 정조 효문화축제, 인물과 민속문화를 소재로 한 안산 김홍도축제와 안성 바우덕이축제, 농경문화의 이천 쌀문화축제와 여주 오곡나루축제, 호수와 거리예술의 고양 호수예술축제, 포구문화를 담은 시흥 월곶포구축제 등이 있다.

유럽과 남미의 유명한 카니발과 예술축제, 일본의 마쓰리 등과 같이 수십, 수백 년 동안 지속돼 온 축제가 부럽다. 우리나라의 지역축제도 100년 이상 지속돼 지역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사랑 받는 축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를 위해 축제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사람과 지역주민들은 축제의 본질적 특성과 가치를 이해하고 축제에 대한 관념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 창조와 혁신이 이뤄지는 축제인간(homo festivus)세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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