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길 멀었나… ‘돼지 심장’ 두 번째 이식 환자, 결국 6주 만에 사망
말기 심부전 앓던 58세 포시트
지난 9월 이식 성공해 회복중
갑작스러운 면역 거부 반응
“이종이식 발전 이루게 한 인물”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두 번째 환자가 이식 6주 만에 사망했다. 이식 수술에 성공해 순조롭게 건강을 되찾는 듯했지만 며칠 전부터 급작스러운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미 메릴랜드 의대는 31일(현지 시각)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미 해군 참전 용사 로렌스 포시트(58세)가 전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 의대는 “포시트는 이종 이식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과학자”라며 “향후 이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을 찾기 위해 광범위한 분석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포시트의 이식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포시트의 마지막 소원은 우리의 경험에서 배운 것을 최대한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장기를 사용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심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기 심부전을 앓던 포시트는 지난 9월 14일 메릴랜드대 의료센터를 찾았다. 복합 질환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심장 이식 프로그램에서 거부당한 포시트는 위급 환자에게 실험적인 시술을 허용하는 ‘동정적 사용’ 절차에 따라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이종 이식을 위한 긴급 허가를 받았다. 포시트는 9월 20일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뒤 별다른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최근까지 다리 힘을 향상시키기 위한 재활 치료를 받고 아내와 카드놀이를 하는 등 건강을 회복해 왔다.
돼지 심장은 바이오 기업 리비비코어가 제공했다. 이종 이식의 가장 큰 벽인 ‘면역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유전자 가위로 3개의 돼지 유전자를 잘랐고, 면역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 유전자 6개를 삽입했다. 이식한 심장이 비대해지지 않도록 성장 유전자도 차단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은 이식 수술 두 달 만에 사망했다. 이식 후 초기에는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사망 후 부검을 통해 돼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료진은 베넷 사례를 교훈 삼아 포시트 수술 전 철저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지만, 이종 이식으로 인한 면역 거부 반응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이종 이식이 성공하면 만성 장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 등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만 10만명 이상의 사람이 장기 관련 말기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는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도 2022년 기준 장기 이식 대기자 수가 4만1700여 명에 달하지만 이식 수술 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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