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레지던시 악몽과의 데자뷰
인천시가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기능을 폐지하려는 소식을 듣고 악몽처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과 데자뷔하는 느낌이 들었다. 9년 전 국고 지원을 받아 추진한 백령도의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Ⅱ 조성계획이 무산될 때와 유사한 문화행정의 난맥상이 반복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도시재생과 문화를 접목한 인천의 첫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의 역할이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20년 전 창고를 중심으로 개항장의 장소적 가치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개관을 전후해 법적·행정적 제도 정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쇠퇴 일로의 자유공원과 중구청 일대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3년 근대건축물의 보존·활용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이뤄졌다.
당시 다가구주택이나 아파트를 지으려는 재건축 열풍으로 옛 건물이 줄줄이 철거될 처지였으나 개항장에서 4층 이상 건축물 신축을 규제하는 고도제한 덕분에 적산가옥들을 보존할 수 있었다. 전깃줄을 땅속으로 매설하는 지중화사업, 상하수도 관로 정비와 같은 도시기반시설 보강공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이후 차이나타운 지역발전특구 활성화 및 진흥계획(2007년), 개항장문화지구 기본계획(2010년), 개항창조문화도시 활성화사업(2013년), 개항창조도시 재생활성화계획(2017년) 등이 추진됐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민관협치 실험의 상징이기도 하다. 시민단체가 일본 나가사키를 탐방한 뒤 개항장 예술촌 건립을 정책 제안하면서 문화예술인 유입을 위한 레지던시 중심의 문화복합공간 조성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근대문학관, 시민애집, 이음1977같이 옛 건축물을 활용한 공공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개항장의 정체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또 다락소극장, 관동갤러리, 인천여관 루비살롱, 임시공간, 프로젝트룸 신포, 스페이스 아도, 빙고 같은 민간 문화예술공간 40~50개가 속속 문을 열었다.
지역 문화생태계가 완벽하게 구축된 건 아니지만 도시 혁신의 필수요소인 창작 인재를 끌어들이고, 개항문화거리 형성 등의 분수효과가 분명히 나타났다. 필자는 2007년 ‘인천의 공공미술기반시설 운영 및 건립 현황과 방향성 모색’ 세미나와 2008년 인천시 주최 ‘(가칭)중구미술문화공간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포럼’ 자료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공직자와 출연기관 직원으로 구성된 10여명의 ‘혁신소위원회’가 별다른 숙의와 공론화 없이 인천아트플랫폼 역할과 기능을 멋대로 바꾸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폐지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10여일 만에 30여개 시민단체와 1000여명의 예술인 및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연유를 잘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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